WSJ “주한미군을 장기판 말 취급” / “중단 결정서 국방부 소외” 지적도 / 트럼프 “역사적거래, 실패규정” 분통미국에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놓고 날 선 공방전이 전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야당인 민주당과 주류 언론의 회담 성과에 대한 인색한 평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특히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러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전체 회의 연설을 통해 "정상회담이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쇼였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한 미군을 장기판의 말처럼 취급하면 안 된다"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결정은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협상 기간 워게임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나의 요구였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미 훈련 중단을 먼저 요구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또 "그것은 꽤 도발적이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즉시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의 ‘비핵화 딜’은 아시아 전역에서 칭찬받고 축하받고 있음에도 정작 미국에서는 일부 인사가 이 역사적 거래를 트럼프의 승리가 아닌 실패로 보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 의회 전문지인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미 국방부가 사실상 소외돼 있었다고 복수의 국방 전문가들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방 전문가는 더 힐에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국방부 당국자들이 당황했다"고 말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배리 파블 선임 부회장은 "이번 결정이 예상 가능했다면 북·미 정상의 공동선언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데이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대통령이 사전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주장했다.

WSJ는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군사적 과오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양보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상응하는 군사적 제스처를 내놓지 않은 것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의 도발을 제거하고자 한다면, 김 위원장에게 비무장지대(DMZ)의 북한 병력을 후퇴시키고, 서울이 장사정포의 사거리에서 벗어나도록 요구하는 게 어떤가"라며 "그것이 선의의 제안으로서 군사훈련 중단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는 CNN에 출연해 이번 회담이 김정은의 승리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미국의 협상 목표였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가 빠진 것을 계기로 CVID가 기술적으로 달성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관련, 미국은 북한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의지만 있다면 투명하게 모든 핵·미사일 시설을 공개하고 사찰·검증을 받으면 되는 일"이라며 "미국 국내법은 CVID 방식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CVID 목표를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이 ‘태도의 문제’라고 한 것과,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에서 6개월을 언급한 것은 빠른 CVID를 이루기 위해 북한에 기존 핵무기·핵물질 반출 등 초기 신속한 중대 조치를 촉구했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김민서 기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