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후방 이동’ 의제화 검토 / 현실화 땐 군사적 긴장 완화 / 한반도 평화체제 모멘텀 기대 / 北, 후방지역 이동 조건으로 / 韓·美포병 재배치 요구 가능성 / 장사정포 외에도 전략무기 많아 / “철수 효과 크지 않다” 우려도 / 향후 국방·정상회담서 결정될 듯국방부가 지난 14일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앞두고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배치한 장사정포를 후방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실효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군은 서부전선 지역을 중심으로 170㎜ 자주포와 240㎜·300㎜ 방사포를 포함한 200~300문의 장사정포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주·일산·평택 등 경기도 일대 주요 군사거점과 서울 전역을 사정권에 둬 남한의 경제 기능을 일순 무력화할 수 있는 ‘히든 카드’로 평가받는다.

과거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등장했던 이유다.

서울 도심에 북한군 포탄이 비처럼 떨어지면 시민들 사이에 공포가 번지고, 도시 기능은 마비된다.

유류 저장고나 가스관 폭발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우리 군의 전쟁수행능력에도 충격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군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철수시킨다는 것은 북한 비핵화와 더불어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 효과는 부수적이다.

하지만 북한군 장사정포 후방 철수가 단기간 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북한군이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이동시키는 선제적 긴장완화 조치를 취할 정도로 아직까지는 남북 간 군사적 신뢰도가 높지 않아서다.

우리 군이 장사정포 후방 철수를 북한에 제안하면 북한군이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명시한 4·27 판문점선언을 근거로 MDL 일대 한·미 연합군 포병전력의 재배치를 요구할 수 있다.

MDL 인근에 집결된 대규모 화력을 동시에 물려야 한다는 북한의 상호주의 원칙은 한·미 군으로선 부담이다.

도시화 진전으로 서부전선 일대에서 마땅한 이전 공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병전력의 이전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이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군부대 이전을 재산권 침해로 여기는 주민들의 반발도 문제다.

도시가 인접한 곳에서 훈련을 할 경우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 또한 불문가지다.

군 관계자는 "포병부대를 옮길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훈련은 사실상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군 장사정포의 후방 철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군은 최대 사거리가 120㎞로 추정되는 300㎜ 방사포를 보유하고 있다.

한·미 연합군도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MLRS)과 M270 다연장로켓(MLRS) 등을 운용 중이다.

남북 간 합의로 MDL에서 30~40㎞ 후방으로 전력을 물린다 해도 양측이 전략적 목표물을 타격할 실질적인 위협 수단은 그대로 있는 셈이다.

이들 무기까지 MDL 후방 철수 대상에 포함된다면 서부전선 일대에서 사실상의 군비통제 및 군비축소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 장사정포 후방 배치는 그야말로 ‘쇼’에 그칠 수 있다.

이 문제는 소장급 장성이 수석대표인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앞으로 수차례 군사회담을 거쳐 남북 간 신뢰가 쌓인 뒤 국방장관 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에서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