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한 제주에 난민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난민 신청자는 중국인 일색이었지만 올 들어 예멘인들이 급증했다.

19일 제주도와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2015년 발발한 예멘 내전으로 지난해와 올해 난민 549명이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제주에 입국을 했다.

이 가운데 일부 귀국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인원을 제외한 486명이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위해 체류 중이다.

예멘인들이 대거 제주를 통해 입국하자 도심지 길거리나 공원 등에서도 히잡을 쓴 여성 등 중동 국가 출신 외국인과 쉽게 마주치고 있다.

생계비 부족으로 공원과 해변 등에서 노숙인 신세로 전락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예멘 난민이 급증하자 난민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외국인관광객 유치를 위해 시행하는 무사증 입국 제도가 난민이나 불법체류 통로로 이용돼 폐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제주도의 경우 2001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외국인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사증 입국이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일부 중국인들은 제주에 무사증 입국한 후 정부의 파룬궁 수련 탄압을 이유로 난민 신청하기도 했다.

무사증 제도를 시행하는 제주도에서 외국인이 최장 한 달만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난민신청자에 대해서는 수개월 걸리는 심사 기간에 체류할 수 있는 외국인등록증을 발급해 주고 있다.

예멘인의 제주 입국이 급증하자 법무부는 지난달 말 마련한 ‘제주특별자치도 무사증 입국 불허국가 및 체류지역 확대허가 국가 지정’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예멘을 입국 불허국가에 포함했다.

앞서 지난 4월 30일 출도 제한(타지방 이동 금지) 조치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전 세계 206개 국가 중 예멘과 시리아, 이란, 나이지리아 등 12개국 국민의 제주 입국이 불허됐다.

난민법은 2013년 인도적 차원에서 시행되기 시작했다.

제주에선 첫해 신청자가 1명에 불과했다가 2014년 318명, 2015년 227명, 2016년 295명, 2017년 312명, 올해 948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실제 난민 자격을 받은 외국인은 현재까지 중국 내 탈북자를 도운 중국인 선교사 1명에 그치고 있다.

난민신청자는 이처럼 증가하고 있으나 관련 업무를 보는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 담당자와 통역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난민이 맞는지, 불법 취업을 목적에 둔 것인지를 심사하거나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지만 거짓진술을 하면 일일이 가려내기 힘든 형편이다.

김도균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은 "조사관 1명이 하루에 예멘인 난민신청자 2명과 면담이 가능하다.난민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심사를 아무리 서둘러도 6∼8개월 걸린다"고 말했다.◆난민 수용 찬반 논란 가열난민신청자에 대해서는 심사 기간과 소송 기간 체류가 보장된다.

생계비도 일부 지원된다.

예멘 등 난민수용 문제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도 번졌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예멘 난민 입국과 취업반대’, ‘제주도 무비자 입국철회 및 예멘 난민 수용거부’ 등 제주도의 난민수용과 관련된 게시글이 70건에 달했다.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글은 엿새만인 19일 오전 현재 25만2000여명의 참여자를 확보, 청와대 공식답변 요건인 ‘한 달 내 20만명 이상 참여’를 충족했다.

청원자는 청원글에서 "현재 불법체류자와 다른 문화마찰로 인한 사회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구태여 난민 신청을 받아 그들의 생계를 지원해주는 것이 자국민의 안전과 제주도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심히 우려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바른나라세우기국민운동 제주지부 등 제주도 내 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는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지나친 혜택 부여와 무사증 제도로 편법 난민 신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 "대한민국은 1951년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했으며 독자적인 난민법을 가진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며 "대한민국에 보호를 요청하는 모든 사람의 난민 신청은 신중하게 심사돼야 한다고 난민법이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멘은 현재 폭력, 질서의 부재, 대규모 실향, 기근 등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다"며 "그 어떤 에멘인도 본국으로 강제송환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유엔난민기구의 단호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제주도·법무부 "예멘 난민신청자 인도주의적 차원 대응"제주도와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제주경찰청은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신청자에 대해 공동으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 장한주 제주경찰청 외사과장은 19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제 난민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도민과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유기적인 협조체계로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이에 따라 취업이 어려워 생활고를 겪는 난민신청자들에 대해 자원봉사단체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개시한다.

수술·입원 등 긴급구호를 위한 의료비를 지원한다.

숙소를 구할 형편이 안 되는 난민신청자에 대한 대책도 마련한다.

법무부는 예멘 난민신청자들에 대해 난민협약 및 난민법에 따라 공정하고 정확하게 난민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거주지가 제주도로 제한된 난민신청자라도 질병이나 임신 여부, 영유아 동반 여부 등 인도적 사유가 있는 경우 거주지 제한 해제를 검토한다.

제주도 내 취업이나 한국사회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해 통역서비스를 확대한다.

취업 이후에도 주기적인 사업장 방문 등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 도민 생활에 불안 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쓴다.

제주경찰청은 도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예멘 난민신청자 숙소 주변과 주요 도로 및 유흥가 등을 중점 순찰한다.

도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이들 난민신청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제주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취업을 지원했다.

현재 어선과 양식장에 271명이, 요식업에 131명이 각각 취업했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무사증 입국제도 폐지 논란에 대해 "관광 목적의 무사증제도가 악용될 수 있는 소지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법무부와 협의·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