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위기 이후 자산운용’ 분석/부동산 규제 완화정책 틈타/ 가계·부동산대출 지속 늘려/ 2013년 후 기업대출 비중 감소/ “생산적 금융위해 규제 필요”이명박·박근혜정부 9년은 부채 주도 성장의 시기였다.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이 핵심이었다.

급증하는 가계대출은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 집값을 끌어올렸다.

갈수록 치솟는 주거비에 무주택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심화한 것이다.

정부 정책은 그렇게 빈부 격차를 더욱 벌렸다.

경제 뇌관, 가계부채도 천문학적 규모로 키웠다.

성장률 수치는 조금 끌어올렸지만 한국경제에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박근혜정부 당시 "한쪽에서 금융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또 한쪽에서는 빚 내서 집 사라면서 양극화를 부추긴다"면서 이를 ‘관치금융’으로 규정했다.

(2016년 3월 발행 ‘비정상경제회담’) "금융을 정부의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7월 친박 실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가 절정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최 장관이 워낙 강하게 밀어붙여 딴얘기를 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은행권은 이런 관치금융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 중심으로, 그중에서도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늘렸다.

기업대출 중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부동산 임대업 편중 현상이 심화하는 흐름이었다.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자산도 늘리고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도 누린 셈이다.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의 자산운용 현황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이런 추세는 박근혜정부 들어 가속화해 2013년 이후 기업대출 비중은 감소하고 가계대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작년말 기준 은행들의 원화 대출금 중 기업대출 비중은 54.2%(817조3000억원)로 가계대출 비중 43.8%(660조4000억원)보다는 여전히 크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은 가계대출이 6.2%로 기업대출(5.4%)보다 높다.

저금리와 주택금융 규제(LTV·DTI) 완화로 대표되는, "빚 내서 집 사라"는 ‘부채 주도 성장’정책이 가계대출 수요를 촉진한 반면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대기업 대출 수요는 줄어든 결과다.

가계대출 수요의 이유는 정부 의도대로 주택 매입인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70.2%(463조7000억원)에 달했다.

기타 신용대출 비중은 29.8%(196조7000억원)였다.

기업대출의 경우 개인사업자 대출이 2015년부터 빠르게 늘었는데 이 역시 부동산과 관련이 깊다.

개인사업자 대출 중 부동산 임대업 비중은 2013년 30.2%에서 작년말 39.2%까지 상승했다.

‘가계대출 증가→ 주택시장 유입→ 집값 상승’의 흐름은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생산적이지 않다.

불로소득, 주거비 상승, 양극화 심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경제정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은행이 가계대출을 선호하는 행태는 소비자 수요, 다양한 경제적 유인에 기인하므로 시장 자율적으로 교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서는 지속해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