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정치권이 외풍의 진앙지가 됐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회장 선임 절차 중단을 촉구하는 등 압박을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분율 10.79%로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할 것도 촉구했다.

재계는 청와대가 회장 인선에 관여하지 않자 당이 나서 '신적폐'를 연출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지방선거 대승에 민주당이 오만해지면서 적폐 청산을 내건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 승계카운슬이 차기 회장 최종 면접 후보자 결정을 위한 제8차 회의를 개최한 20일 여야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차례로 기자회견을 갖고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의 문제를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포스코 승계카운슬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기업 포스코가 안으로는 철저한 내부개혁을, 밖으로는 백년대계를 준비해야 하는 승계카운슬을 지켜봤다"며 "그러나 사내외 후보군을 추천받고 이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객관성이나 공정함을 찾을 수가 없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휘 바름경제정의연구소 대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사진 왼쪽부터)이 ‘포스코 CEO 승계 카운슬’ 잠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권칠승 의원실 앞서 하루 전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둘러싼 지적이 테이블에 올랐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몇몇 사람이 밀실에서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혹이 있는데 국민의 기업을 이렇게 사유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에 이어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에 포화를 퍼부었다.

정 의원은 "정치권력에 기대 회장이 된 후에 정권이 바뀌면 중도 퇴진을 되풀이하는 포스코의 역사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정치권력의 입김이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내부인사 출신이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포피아’가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으니 우리 마음대로 회장을 뽑으면 된다'고 오판한 채 포스코 사유화를 지속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의 공세는 종일 이어졌다.

권 의원과 박광온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코 미래 50년을 위한 3차 긴급좌담회’에서 발표자들은 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포스코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참여연대 출신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국회가 포스코를 견제해야 한다"면서 "(좌담회를 통해 포스코)문제를 제기한 것은 민심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을 비롯해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정휘 바름정의경제정의연구소 대표, 최요한 경제평론가는 포스코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경영권 행사, 노동이사제 도입, 사외이사 추천제도 개선 및 독립성 확보 등을 주문했다.

정치권 공세에 포스코는 일단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다만 여당이 외압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속내는 감추지 못했다.

재계도 충격을 받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청와대 외압이 없다고 해도, 여당이 개별기업 회장 선임 절차 중단을 촉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뜻이 아니냐"면서 "포스코 승계카운슬 제도의 문제점도 드러났지만, 이는 포스코가 스스로 개선해 나가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여당이)원하는 인사가 배제될 것 같으니 억지를 부리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