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체불임금 일부 지급” 판결 / 여가부, 그동안 처우개선 ‘뒷짐’ / 아이돌봄서비스 정상화 기대감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사업에 종사하는 돌보미들이 사업장의 감독·관리를 받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1심 판단이 나왔다.

정부가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자에게만 정책의 초점을 맞추다보니 돌보미들의 근무 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아이돌보미와 근무형태가 동일한 재가요양보호사들이 2012년부터 보건복지부로부터 근로자로 인정받고 있고, 2013년 고용노동부가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유권해석을 내놓았음에도 여가부는 "법원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뒷짐만 지고 있었다.

22일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아이돌봄 위탁사업자인 광주대산학협력단 등 사업자들이 지난 3년간 160여명의 아이돌보미에게 주지 않은 주휴·연차수당 등 체불임금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주휴·연차수당은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근로자의 권리로 법원이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예견됐던 결과다.

2013년 고용노동부는 "아이돌보미는 기관에 근무상황을 보고하고 월별 활동일지를 작성해 제출하는 점 등을 봤을 때 기관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현재 아이돌보미와 근무형태가 거의 동일한 재가요양보호사들은 월 60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주휴·연차수당 등을 받는다.

재가요양보호사와 아이돌보미는 각각 노인과 아동 등 서비스 대상자만 다를 뿐 센터에 소속돼 관리·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근무방식이 동일하다.

다만 계약상 재가요양보호사는 근로계약서를, 아이돌보미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차이가 있다.

여가부에서 시행규칙을 변경하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가부는 여성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나서기는커녕 고용부에서 아이돌보미를 근로자로 본 근거를 매년 위탁기관에 내려보내는 지침에서 하나둘씩 지웠다.

아이돌봄사업은 외견상 이용가구 수가 늘어나며 안착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업현장은 달랐다.

돌보미의 진짜 고용주는 여가부지만 소송은 계약당사자인 센터와 진행됐다.

예산 편성과 수당 지급 등에 아무런 권한 없는 센터장이 총알받이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센터들은 "위탁 기간이 끝나면 사업권을 반납하겠다"며 부글부글 끓었다.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공공도우미 사업이 인력을 저렴하게 사용하려는 정부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업의 공공성과 질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돌봄사업은 수많은 도우미가 정부의 양성교육을 받고도 일하지 않아 늘 대기시간이 문제가 됐다.

또한 여가부의 지침 변경으로 센터장의 관리·감독 권한이 사라지면서 주거환경이 열악하거나 교통이 불편한 지역 아동이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김성철 여가부 가족문화과장은 "올 하반기를 목표로 아이돌보미 처우 문제 개선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