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생산기지로 꼽히던 군산공장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와 비정규직 노조와 불협화음 등 끝이 보이지 않는 '난타전'에 시달리던 한국지엠이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미국 시장에서 베스트셀링모델 반열에 오른 쉐보레의 '이쿼녹스'를 국내 시장에 들여왔다.

SUV 열풍 기조에 힘입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지엠의 이 같은 전략이 과연 돌아선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수 있을까.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이쿼녹스에 몸을 싣고, 경기도 파주 카페 소솜을 왕복하는 약 90km 구간을 달려봤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첫 느낌은 '시트 포지션이 높다'였다.

단순하게 천장이 머리에 달 정도로 시트가 높게 설정돼 있다는 그런 식의 착좌감이 아니라 운전석에 앉아 자세를 잡았을 때 다른 스포츠유틸리티(SUV)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계기판과 스티어링 횔이 낮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이는 운전자의 체형과 시트 세팅 조절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계기판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소 아래를 향하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하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을 더 꼽자면, 실내 마감재다.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국내외 완성차 업계들이 실내 감성의 고급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와 비교해 이쿼녹스의 내부 곳곳에서 보여지는 플라스틱 재질의 마감재는 아쉽다.

특히, 해당 모델에 부여된 '신차'라는 타이틀을 고려한다면 아쉬움의 강도는 더욱 크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첨단 기술의 부재도 마찬가지다.

또 한가지. 뒷좌석 중앙 자리에 불쑥 솟아 있는 '헤드레스트'는 룸미러의 시야를 꽤 많이 가린다.

운전자의 운전습관에 따라 불편을 느끼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안전한 주행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개선은 꼭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내 공간에서는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쿼녹스의 크기를 살펴보면, 전장은 4650mm, 전고 1690mm, 전폭 1845mm, 축간거리는 2725mm다.

싼타페보다 축거가 40mm 짧은데 현대자동차의 '싼타페'(2765mm)나 기아자동차의 '쏘렌토'(2780mm)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성인 4명이 타기에 부족함이 없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르자 부드러운 엔진음이 들려왔다.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정숙성'이다.

물론 시승행사에 투입된 차량이 '따끈따끈한' 새 차량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디젤차' 특유의 떨림과 거슬리는 엔진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단, 시속 120km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는 엔진룸 너머로 1.6ℓ 에코텍 디젤 엔진의 거친 숨소리가 전달된다.

동력 성능은 어떨까. 이쿼녹스에 탑재된 1.6ℓ 에코텍 디젤엔진은 136마력의 최고출력, 32.6kg.m의 최대토크의 성능을 발휘한다.

싼타페와 쏘렌토의 2.0 디젤 모델이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41.0kg.m의 힘을 발휘하는 것과 비교해 낮은 수치다.

때문에 이쿼녹스 출시 전부터 업계 안팎에서는 '이쿼녹스의 경쟁 상대는 준중형 SUV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지엠 측에서도 이 같은 평가를 의식해서인지 시승행사에 앞서 "차체 밸런스와 경량화, 역동적인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하는 이쿼녹스의 상품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치'로만 차량의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치의 벽은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새 모델의 움직임이 '꿈뜨다'는 것은 켤코 아니다.

정속 주행에서는 운전자가 요구하는 만큼의 가속과 제동이 이뤄진다.

다만, 추월 상황과 같이 급가속이 필요한 구간에서는 '차가 무겁다'는 느낌을 받는다.

승차감은 역동성보다 편안함, 안락함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너구간에서도 세단보다 높은 차체가 꽤 안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했고, 민첩하고 기민한 조향성도 편안한 운전을 돕는다.

이쿼녹스의 대표 장점을 꼽자면, '연료 효율성'이다.

차량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에어컨에 통풍시트를 작동한 상태로 급가속, 급제동을 반복하며 45km를 달렸을 때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ℓ당. 11.6km다.

반면, 인위적인 조작 변경이나 이른바 '발컨(발바닥 컨트롤)' 없이 정해진 환경에 따라 주행할 경우 ℓ당 13.3km인 공인 연비를 웃도는 ℓ당 14km 이상의 연비가 나왔다.

이쿼녹스의 판매 가격은 LS 2987만 원 LT 3451만 원 프리미어 3892만 원이다.

여기에 전자식 사륜구동(AWD) 시스템을 추가하면 트림별로 200만 원이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