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만에 찾아온 참전 용사와 일생의 벗을 만난 네 명의 노인, 오붓한 부녀의 데이트까지. 현충원 나라사랑 걷기 대회에서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저마다의 추억을 쌓았다.

'제4회 THE FACT와 함께하는 호국보훈의 달 기념 현충원 나라사랑 걷기 대회'가 23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렸다.

가 주최하고 케이토토가 후원한 이날 대회는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해 현충원을 거닐며 호국영령의 넋을 기렸다.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이 가족·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수원에서 아내와 함께 걸음 한 황기홍(75) 씨는 "62년 만에 현충원에 왔다"며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황 씨는 월남전 참전용사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여기에 온다니까 전우들 생각부터 나더라. 그동안 못 왔던 게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얼마나 살겠나. 이제 자주 와야겠다"며 웃어 보였다.

황 씨의 아내 신평자(71) 씨는 "우리 아저씨가 유공자다 보니 이런 행사에 관심이 많다"며 "올해 처음 참여했는데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고, 너무 좋다.나무와 숲들이 있으니 걷기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한(79) 씨는 나라사랑 걷기 대회를 통해 특별한 인연을 맺기도 했다.

호국영령을 기리는 행사에는 늘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는 이 씨는 1회 대회 때 만난 벗들과 연을 맺어 매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 씨는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니여. 우리는 처음부터 만났어"라며 3명의 친구 심현근(73) 씨, 고현석(73) 씨, 최정남(78) 씨를 소개했다.

고 씨는 '1638'이라 쓰여 있는 최 씨의 번호표를 가리키고선 "이게 금강산 높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선성찬(53), 선아영(15) 부녀는 4년째 대회에 참석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선 양은 "아빠랑 같이 의미 있는 곳을 걸을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며 선 씨에게 안겼다.

평소 오붓한 관계라는 두 사람은 현충원을 배경으로 다정하게 사진을 찍으며 이날 대회를 기념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나선 김승언(13) 군도 "독립투사들이 계신 곳을 걸으니 숭고한 기분이 든다"며 씩씩하게 현충원을 걸어 나갔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됐다.

사전 신청 참가자에게는 기념품으로 '네이처리퍼블릭 캘리포니아 알로에 선 리퀴드'가 제공됐다.

추첨을 통해 다양한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와 무료 노안 검진 및 상담을 제공하는 건강 부스도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초·중·고등학생의 경우 현장 정리 및 비석 닦기 봉사활동을 완수한 뒤 봉사활동 확인서(2시간)를 발급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