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첫 구상… GS 참여로 산업단위화 / 스타트업 참여·일자리 창출 등 효과 기대 / 공유경제 시장 활성화 촉매 역할 주목국내 정유업계에서 반세기 이상 경쟁을 펼쳐온 SK그룹과 GS그룹이 양사 핵심 자산을 사회와 공유하기로 한 결단이 재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협력의 배경에는 허진수(사진) GS칼텍스 회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지난 20일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C2C(고객 대 고객) 기반의 택배 집하 서비스인 ‘홈픽’(Homepick)을 선보였다.

홈픽은 고객이 온라인으로 택배를 신청하면 중간 집하업체인 스타트업 ‘줌마’가 1시간 안에 고객을 방문하여 물품을 픽업해 거점 주유소에 집하·보관하고, 이를 CJ대한통운이 배송지로 운송하는 체계로 이뤄진다.

고객이 편의점·우체국 등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 택배 접수·대기 시간이 확 줄어든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유류 판매, 세차 등 기존 서비스에 물류 허브 기능을 추가해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고, 스타트업 참여로 인한 일자리 창출 및 상생 생태계 확장도 기대된다.

이번 사업은 GS의 참여로 빛을 보게 됐다.

최태원 SK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며 첫발을 뗐지만, GS의 결단이 ‘기업 단위’에 머물던 사업 모델을 ‘산업 단위’로 확대한 것이다.

허진수 회장은 평소 "기존의 틀 자체를 벗어나 생각하는 ‘탈정형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양사가 1960년대 설립된 이후 새로운 사업을 공동으로 발표한 것은 처음"이라며 "GS가 개별 론칭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적과의 동침’을 결심해 새 국면이 열렸다"고 말했다.

국내 주유소는 약 1만5000개로 전국 읍면동 사무소(약 3500개)보다 네 배 이상 많다.

양사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는다.

이들 주유소는 전국 주요 거점에 촘촘히 위치하고 근린생활형 시설로서 주거·상업 공간과 근접한 핵심 자산이다.

‘주유소의 물류기지화’가 본격화하면 제조·유통사 등 다양한 사업자들과의 협업, 스타트업 참여, 일자리 창출 등의 선순환이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중소기업들로선 초기 투자비와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공유경제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숙박 공유 플랫폼, 카풀, 버스 공유 서비스 등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선 규제, 기득권 등에 막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업이 업계를 넘어 다른 산업으로 확산돼 주유소가 공유경제의 아이콘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