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그네가 길을 가는데 마차를 만났다.

그는 너무나 다리가 아파서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마부는 기꺼이 태워줬다.

나그네가 마부에게 물었다.

"예루살렘까지 여기서 얼마나 먼가요?" 마부가 답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30분 정도 걸리지요." 나그네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잠시 잠이 들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예루살렘에 다 왔나요?"란 나그네의 질문에 마부는 "여기서 1시간 거리입니다"라고 했다.

나그네는 "아니 아까 30분 거리라고 했고, 그새 30분이 지났잖아요"라고 재차 물었다.

마부는 말했다.

"이 마차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마차요." 고전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속도냐, 방향이냐.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도 갈림길에 섰다.

속도감 있게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지만, 자꾸 제동이 걸린다.

고삐를 더 바짝 당겨야할지, 늦더라도 가던 길을 갈지, 방향을 틀어야할지 딜레마에 빠졌다.

올 초 문 대통령은 '내각 기강'을 다잡으며,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취임 후 무너진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해왔다면, 집권 2년차엔 국민이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실현할 방안은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 등을 골자로 한 '사람 중심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네 바퀴(일자리 성장·소득주도 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구체화해 실행에 옮기려 했다.

일자리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같은 밑그림을 그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6월 20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2년 차에 비서실은 유능함·도덕성·겸손함을 업무수행 수칙으로 삼고, 정책실행에선 속도·성과·체감을 3대 원칙으로 삼아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용과 소득 지표는 악화됐다.

소득주도 성장의 대표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은 역풍을 맞았다.

내년도 최저임금 10.9%(7530원→8350원) 인상은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간 '을 대 을의 전쟁' 프레임에 갇혔다.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했던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방향의 문제라기보다는 집권 2년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향한 조급함으로 보여진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되, 기조 유지를 시사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과 고용상황 등 현실을 고려한 결과"라며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가 기계적 목표일 수는 없으며 정부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후폭풍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5주 연속으로 하강 곡선을 그렸다.

문 대통령도 앞서 성과에 대한 압박감과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6월 27일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규제혁신회의 연기 요청을 받고 "답답하다"는 심경을 털어놓으며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보고해달라"고 말했다.

최근 만난 한 청와대 관계자도 사석에서 "집권 2년차를 맞아 부처별로 정책 실행에 속도를 내야 하는데 답답한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빛을 발한 북핵 외교전도 최근 힘이 빠진 모양새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12 북미정상회담을 이어가며 남·북·미 종전선언까지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문 대통령은 남북회담에서 '속도전'을 말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통일의 속도로 '만리마 속도'를 입에 올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이견을 보이며 장기전으로 흐를 조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시간과 속도에 제한이 없다"며 비핵화 협상의 속도조절을 공식화했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18일 첫 영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은 흔들림 없는 (한미) 공동의 목표이자 국제사회의 목표"라며 "속도와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무드' 이야기 속 나그네는 심신의 고통이란 '장애'를 견디다 못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데 급급했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멀리 간들, 그것이 '잘못된 방향'이라면 결코 목적지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과 정부에 지금 필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느리더라도 천천히 가다 보면 결국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우리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