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최근 '제주 예멘 난민사태'로 다른 나라 얘기처럼 여겨졌던 난민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과 '가짜 난민'이 많고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무엇보다 정부가 효율적인 난민 정책과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난민들의 권익 보호 단체인 난민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연주 변호사를 만나 국내에서도 이슈로 떠오른 난민문제의 현안과 해결방안에 대해 짚어봤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활동가가 서울 은평구 녹번동 난민인권센터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연주 활동가 사회적 약자인 난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학교 다닐 때 장애아동 주말학교와 장애인 야학 자원교사로 활동하며 장애인권에 관심을 가졌고 학교 인근에 주거권을 위협받은 한 할머니 문제를 알게 돼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내 이익만을 위해 계속 사는 삶이 아니라 소수자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전공이 법학이라 전공을 살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을 알게 됐고 인권 변호사 활동이 하고 싶었다.

이후 재단법인 동천에서 처음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는데 마침 난민 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사실 살면서 외국인을 만난 적이 거의 없고 이주민 이슈도 낯설었다.

난민에 대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현장에 오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거 같아 난민인권센터로 왔다.

이곳에 와 더 많은 분을 만나고 개입하면서 방향성과 목표가 더 분명해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해 중간에 육아휴직 1년을 제외하고 난민 분야 일을 시작한 지 약 4년 반 정도가 됐다.

동천에서는 난민 사건을 대리하거나 로펌변호사와 협업해 로펌 프로보노를 활성화하는 임무를 주로 맡았는데 변호사보다 활동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여기서는 다른 상근활동가들과 함께 인권침해 사건 개입, 제도개선 활동, 난민 권리에 관한 가치확산 활동 등 활동가로서 임무를 함께 분담하고 있다.

저보다 더 난민 소송을 잘할 수 있는 로펌의 공익활동 변호사님들이 법률가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난민 사건들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분들과 협력해 법률지원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예멘인들이 대거 제주도로 몰려온 뒤부터 국민들 사이에 난민 반대 정서가 부쩍 늘었다.

활동하면서 올해 같은 상황은 처음 겪어 본다.

제가 느끼기에 예전 국내 사회는 난민에 대해 내 문제라기보다는 다른 나라 문제로 바라봤던 거 같다.

활동하면서 무관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우리 사회의 문제, 내 문제라고 많이 받아들이는 듯하다.

난민에 대해 이질적이고 낯선 감정을 이해한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내국인 중심 교육을 받아 왔고 이방인이 낯설 수밖에 없다.

특히 제주도민의 경우 적지 않은 500여명의 외국인이 노숙하는 등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니 당황스럽고 불안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정부가 제주도에 "너희가 무사증제도로 이익을 봤으니 무사증으로 입국한 난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라"는 태도로 이들을 제주도에 가두어 놓아 현 상황을 초래했다고 본다.

당사자들은 갈 곳이 없으니까 거리에 나오게 되고 사회 문제처럼 비치게 된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해결해야 하는 데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난민들도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는 사실을 알까. 실제 인터넷 댓글들이 다 한글로 돼 있어 직접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난민도 최근 여론 및 언론 상황을 느낀다.

제가 만나 본 분들은 한국인들이 자신을 어려워하고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이러한 공격적인 여론에 두려움을 많이 느낀다.

당장 밖에 나가서 뭘 사려고 해도 시선이 두렵고 제주도에서는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다 보니 지금은 인심이 더 배타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들었다.

어울려서 살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간혹 난민에 대해 ‘테러 위험이 있다’, ‘폭동이 일어난다’, ‘휴대폰이 있는데 난민이라고 할 수 있나’ 등의 비판적인 시선이 있다.

직접 만난 난민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 제주도 내 예멘인만 해도 테러의 가해자라기보다 피해자다.

무슬림이라고 해서 테러 위험이 있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다.

이런 사례도 있었다.

정부에서 한 난민에게 테러용의자라는 혐의를 씌워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위험한 본국으로 송환하려고 하고 구금하는 등 기본적 권리조차 심각하게 침해했다.

물론 국가 안보와 안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아무 관련 없는 당사자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것은 너무 말도 안 된다.

난민이 처음 국내에 오면 제일 먼저 만드는 게 휴대폰이다.

누구나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뉴스를 보고, 소통할 수단이 필요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을 신청하려면 연락처를 기재하게 돼 있어 휴대폰이 있어야 한다.

본국에서도 휴대폰을 써왔던 사람들인데 왜 휴대폰을 쓰냐며 공격받아야 하는지 황당하다.

당사자들은 비자발적으로 원치 않게 한국에 온다.

하루아침에 그간 쌓은 기반을 모두 잃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

한국에 와서도 난민은 출입국 심사와 관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어렵다.

문제를 제기하면 당장 '당신은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없다'며 불이익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정말 부당한 상황에서도 참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벌어지지도 않을 상황을 생각해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야말로 '가짜'가 아닐까 싶다.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말씀하셨지만 ‘가짜 난민’ 논란이 거세다.

체류나 취업을 위해 일단 난민으로 신청한 뒤 소송까지 시간을 끌어 국내에 남으려 한다는 비판도 있더라. 어느 제도나 남용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심사 기간 안정적으로 취업하면서 사는 난민신청자는 많지 않다고 본다.

제가 만난 분들은 언제 심사가 진행될지 불안정한 상황을 견디며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6개월 이내에 심사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심사적체로 연장이 반복되고 그 기간 임시 체류 비자를 받는다.

6개월 이내에 심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취업 허가를 신청할 수 없다.

취업 허가를 받기도 매우 어렵다.

취업허가를 받으려면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야 그 직종에 한정해서 취업 허가가 나온다.

근로계약서를 써주는 사업주는 많지 않고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자리도 별로 없다.

취업을 위해 난민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오히려 불안정한 상황을 끝내고 빨리 심사를 받고 싶은 난민신청자들이 많다.

최근엔 난민 신청 후 2년간 아무 연락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전화로 면접에 오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난민심사가 공정하고 충실하게 이뤄지면 소송으로 가게 되는 숫자도 줄어들 것이다.

난민소송은 비용도 정말 많이 들기 때문에 그것을 다 부담해 가며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

한쪽 면만 보고 전체 난민을 호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김연주(왼쪽에서 두 번째) 활동가가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연주 활동가 심사 시간 단축을 위해 최근 법무부는 난민심판원 설치와 난민법 개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법무부 1차 심사부터 제대로 강화하라고 말하고 싶다.

1차 심사가 충실하게 진행되지 않는데 난민이 구제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흐르면 안 된다.

1차 심사 시스템부터 제대로 갖추는 게 중요하다.

난민심판원은 예전부터 얘기가 나왔던 대책인데 심판원이 설치되면 독립적이고 상설화된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현 법무부 2차 심사(이의신청)를 실질화할 필요도 있다.

지금은 난민위원회가 비상설기구로 몇 차례 모여 하루에 엄청나게 많은 사건을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진술할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

법무부 입김이 세고 법무부에서 준비한 자료를 기초로 심의가 진행된다고 들었다.

법무부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 중 인력 부족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하고 긴 심사 기간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대책들을 보면 법무부가 난민 신청자를 제한하려는 이전 계획을 실행할 좋은 기회를 잡은 듯하다.

기간 단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무부 심사나 법원 소송은 난민에게 매우 까다롭고 승소율도 낮다.

갑자기 자신의 나라를 떠나야 했던 난민들에게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심사 당국은 증거를 요구한다.

난민을 심사할 때 바뀌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는가? 현재 난민협약에 충실하지 않게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본인 증거가 없어도 진술 신빙성이 있으면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일반론 자체는 항상 판결문에 복사하듯이 나온다.

하지만 증거 없이 난민으로 인정한 경우는 거의 없다.

법원이 기존에 증거로 주장을 입증해야 한다는 일반 민사소송 원칙의 틀을 깨기 어려운 거 같다.

난민편람은 난민 당사자가 가지고 온 증거에 대해 사소한 것이라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권고하는데 국내 법원은 증거 가치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증거가 없으면 진술 신빙성만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 1차 심사를 기준으로 당사자 진술 신빙성이 판단되는데 이때 이미 심사가 충실하지 않거나 진술을 세밀히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법원도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사관은 너의 박해 가능성에 대한 주장의 책임은 오롯이 너희에게 있다는 태도다.

난민편람은 심사관과 당사자가 같이 진실을 찾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심사관이 더 적극적으로 난민신청자가 증거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과거 경험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질문하고, 심사과정에서 난민신청자는 분위기에 억눌려 있기도 하고, 과거 경험으로 인해 심리가 불안정할 수 있으며, 기억력의 한계가 있을 수 있으니 진술 불일치가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면 왜 일치하지 않는지 해명 기회도 충분히 줘야 한다.

지금 심사는 일단 예단과 편견이 많이 개입되고 핵심 사안도 아닌데 불일치하는 꼬투리를 잡아내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거 같아 난민 인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난민 불인정 사유서를 보면 A4용지 3분의 1 정도로 구체적인 사유라기보다는 '진술 신빙성이 없다', '증거가 없다' 등 이런 식이다.

여러 국가에서 난민이 오고 있는데 심사나 재판 과정에서 통·번역 문제는 없나. 최근 아랍권에서 많이 오고 있는데 통역 풀이 없어서 출입국이나 법원도 통역인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저희는 통·번역 자원활동가를 모집해 활용한다.

외국자료나 본국 자료를 증거로 내려면 이를 다 번역해야 하는데 변호사나 당사자가 다 부담해야 한다.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어도 번역한 뒤 내게 돼 있어 내기 어렵다.

법원에서 대리인 선임에 드는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소송구조제도가 난민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2016년에 난민 소송을 통해 난민 인정을 받은 숫자가 한 건도 없었는데 저는 소송구조제도가 난민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과 직결된다고 본다.

변호사가 없어도 무슨 언어 통·번역이 필요하다고 신청해 통·번역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재판 과정에서 자기 상황을 잘 설명하고, 필요한 증거들을 제출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행정법원 내 외국인 전담 창구가 한 곳이고 이 한 명의 직원이 맡은 업무가 과중하니 한 명 한 명 필요한 도움을 구하기 어렵다.

기타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 등에는 이런 창구마저 없다.

간혹 난민 중에 우편을 받았는데 내용이 뭔지 모르겠다고 오는 분들이 있는데 보면 소송비용 보정명령이나 변론기일 통지 등 중요한 서류인 경우가 많다.

난민 변호하시는 분 중에 개인 변호사가 많은데 소송구조가 돼야 교통비 등 지급이 가능한데 현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선의로만 해달라고 할 수 없다.

열정적으로 하셨던 분들도 더는 못하게 된다.

우회적으로 로펌에서 공익활동 하시는 분들에게 요청하고 있는데 의지가 있는 변호사가 계속 난민 업무를 할 수 있게 다른 사건과 같은 기준으로 소송구조 심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

소송구조를 받는 다른 재정적 상황이 어려운 분들의 사건 등과 달리 법원이 난민 사건에는 아예 문을 닫고 있다.

당사자의 신청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

충분히 소송을 준비할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

예멘인들의 이번 난민 신청 건은 국내에 난민 문제를 제대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난민 사안이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가. 난민협약에 충실한 제도 운용이 되어야 하고 정확하고 공정하게 법무부 1차 심사를 해야 한다.

최근 기사에도 나왔지만, 심사관과 통역이 허위로 '일하러 왔다', '돈 벌러 왔다'는 식으로 난민 신청자 면접을 짜서 불인정 된 사례도 있었다.

절차적 보장을 받으며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만들고 심사하는 과정에서 기초적인 생존권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

난민인정을 받고 인도적체류허가를 받은 이후에는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게 도와야 하는데 현재는 주무 부처도 불분명하고 부처 간 협력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난민인정자의 경우 국민과 같은 사회보장 권리가 있지만 행사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인정됐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또 공항에서 입국도 못 하고 정식 심사 기회도 받지 못하고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거나 외국인보호소에 장기간 구금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는데 행정청이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또 재량권을 남용해 인권침해를 감행하는 문제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

법원은 행정청 재량에 대해 사법 통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빡빡한 삶을 사는 가운데 화살이 난민에게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우리가 '일자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정부에 내야 할 목소리다.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고 안전한 삶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때 정부가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면서 불안감을 많이 느꼈고 안전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느꼈다.

그래도 저는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을 때 국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자리에 있지만, 난민은 국가가 보호기능을 상실하고 심지어 국가가 박해의 주체가 돼 생명의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한순간에 삶의 기반이 무너진 채 탈출한 분들이기에 이런 상황을 한 번 더 봐주셨으면 한다.

삭막한 삶이지만, 같이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난민도 한국 사회도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이해할 기회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