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정부 추진에 찬반 팽팽지난 2007년에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 환들에게 전신마취제를 주사하고 성폭행해 강간죄로 구속됐던 한 의사는 징역 7년을 살고 나와 다시 개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또 가수 신해철씨 집도의였던 의사 강모씨는 신씨 사망 후에도 지난 몇년 동안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의료 사고를 냈지만 수사와 재판 중에도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진료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최근 정부가 성범죄 등 중대한 법 위반 사실이 있는 의료인의 징계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인의 징계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소비자 피해 예방에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라서다.

시민들은 이같은 방침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의료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소비자들 "의사 범죄 정보 알 길 없어…징계 정보 공개 찬성"의료 소비자들은 ‘환자의 알 권리’를 위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즉 좋은 의료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들의 중요 징계 정보도 필요하다는 거다.

의료인 징계 정보 공개 추진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 한 누리꾼은 "의료과실 인정 건이 많지도 않은데 징계를 받을 정도면 정말 심각한 경우다.환자의 알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현직 의사라고 밝힌 또 다른 누리꾼도 "환자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하는 것에 찬성한다.따라서 징계내역 공개는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국민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의료인 징계·의료사고 이력은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의료인 징계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의사 단체 "기본권 무시한 이중처벌" 강력 반발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 등 의료 단체들은 정부의 의료인 주요 징계정보 공개방침에 의료인 기본권을 침해하는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즉각적인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의협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의료인 징계 정보 공개는 의사가 지역사회에서 의료업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의료인 주홍글씨’ 방안"이라며 "의료인에게만 이중적 잣대를 적용하여 민감한 개인정보를 가차 없이 공개하려는 개악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성범죄자는 신상 공개, 취업 제한을 받고 있으며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인은 면허 취소 또는 자격 정지 등 징계를 받고 있는 만큼 정보공개는 이중 처벌이라는 거다.

의협은 "어느 전문가 직역에도 적용하지 않는 징계정보에 관한 이력을 공개하겠다는 것은 일반 국민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위반되며 환자를 상대하는 의료인의 신용을 정부가 직접 나서 깨뜨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개협도 같은 날 "특정 신분을 지적해 차별적으로 이중 삼중의 더 엄격한 법 적용을 한다면 이는 특정 신분에 대한 예외적 폭력 행위"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무시하는 이번 요청을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현 의료법은 범죄에도 면허취소나 알릴 의무 없어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면허는 허위 진단서 작성, 진료비 부정 청구, 의사 면허 대여, 비도덕적 진료 행위(마약 투약, 일회용품 재사용) 등 의료 관련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취소될 수 있다.

살인이나 강도, 성폭행 등 일반 형사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더라도 의사 면허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 면허 취소가 되더라도 1~3년 안에 재교부 신청을 하면 대부분 다시 자격을 얻을 수 있고, 중대한 의료사고를 내거나 성범죄를 저질러도 따로 이를 알릴 의무도 없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9일 열린 ‘2018년도 제1차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 개선권고 과제로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의료인의 징계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변호사·세무사는 범죄정보 공개...미국 일본 "범죄 공개는 물론 면허 취소도"전문직의 징계 정보 공개는 ‘의료인에게만 적용되는 이중적 잣대’라는 의협의 주장과 달리 변호사, 세무사, 변리사 등 다른 직역 단체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회원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 세무사는 각각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세무사회 홈페이지에서, 징계권이 특허청에 할당된 변리사의 경우는 특허청 홈페이지에서 징계받은 회원의 성명, 생년월일, 등록 번호, 사무소 주소, 징계 사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의 경우 대체로 주요 범죄를 저지른 의사에게 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된다.

일본은 벌금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으면 형의 경중에 따라 의사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된다.

미국 역시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유죄 전력이 있는 의사는 면허를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독일은 의사가 피고인이 되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의사 면허가 정지된다.

만약 직무 수행과 관련해 위법한 범행이 있다면 1~5년 이하 기간으로 직업수행을 정지하거나 영구히 금지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