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윤제균 김용화 감독이 최근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를 차기작으로 발표했다.

김지운 감독은 동명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SF장르 ‘인랑’ 실사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근 극장가 박스오피스 역주행 신화를 일궈낸 박훈정 감독 ‘마녀’도 제한적이지만 SF요소를 담았다.

지난 해 말 개봉해 1441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죄와 벌’은 누구도 본 적 없는 지옥을 CG로 만들어 내 사실감을 높였다.

후속편 ‘신과 함께-인과 연’도 다음 달 개봉 예정이다.

이렇게 SF장르는 충무로에서 이제 낯선 장르가 아니다.

물론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에도 충무로에 SF장르는 활발했다.

하지만 당시엔 재앙이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어설픈 설정과 엉성한 스토리, 완성도 떨어지는 비주얼이 문제였다.

한마디로 준비 부족이었다.

♦ 충무로 3대 재앙의 시작 이견이 없이 첫 손에 꼽히는 영화가 바로 2002년 9월 개봉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다.

가상 현실을 배경으로 한 당시로선 파격적인 콘셉트이었다.

‘경마장 가는 길’ ‘너에게 나를 보낸다’ ‘화엄경’ ‘거짓말’ 등 연이어 문제작을 연출해 온 장선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때부터 충무로에선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작과의 결이 너무도 다른 연출자였다.

초기 제작비도 당시로서도 파격적인 30억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제작 기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투자 측의 간섭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기대작이었기 때문이다.

투자 쪽과 제작진의 마찰이 잦았다.

한때 현장에서 장선우 감독이 이 같은 분위기가 못마땅해 잠적했단 소문이 돌기도 했다.

촬영이 미뤄지고 연기되기 일쑤였다.

제작비가 계속 늘어갔다.

결국 최종 제작비는 100억대로 치솟았다.

제작 기간만 무려 4년이었다.

후반 작업과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열악하고 다른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여지가 많았단 후문이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결과는 익히 알고 있지만 참패 중에 참패였다.

최종 관객 수 15만명 수준이었다.

100억 대 제작비가 투입돼 얻은 수익이 고작 3억원 수준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설정과 장선우 감독 특유의 난해한 해석이 영화에 난무했다.

지금도 회자되는 극중 ‘고등어 총’은 실소의 한 장면일 뿐이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참패 이후 충무로에선 대작 영화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임은경은 이후 몇몇 영화에 출연한 뒤 소리 없이 자취를 감췄다.

연출을 맡은 장선우 감독은 이후 상업 영화 시장에서 사라졌다.

♦ 한국형 어드벤처를 꿈꿨다 혹시 기억할 관객들이 있을까.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보다 두 달 먼저 개봉했던 영화다.

‘충무로 3대 재앙’의 두 번째 멤버다.

바로 윤상호 감독의 ‘아유레디?’다.

김정학 김보경 이종수 천정명 등 지금으로서도 조금은 생소한 출연 배우 라인업이다.

한국형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시리즈물을 꿈꾸며 태국 올로케이션으로 제작된 영화였다.

당시로선 생소했던 디지털 카메라 ‘파나비전HD’로 촬영하며 시각적 만족감에도 공을 들였다.

순제작비 60억, 홍보마케팅비용 포함 80억이 투입됐다.

하지만 역시 흥행은 처참할 정도의 참패였다.

내용을 논할 수 없을 정도의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 황당함의 연속이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시나리오를 쓴 고은 작가의 손에서 나온 스토리라고 하기엔 상상이 불가능할 정도의 엉성함이었다.

연출을 맡은 윤상호 감독은 이후 영화계를 떠나 드라마 연출에 올인 했다.

가장 최근작은 이영애의 복귀작이던 ‘사임당 빛의 일기’다.

‘아유레디’의 최종 관객 수는 10만 수준이었다.

♦ 그나마 평작 수준이었다? 앞선 두 편의 영화보다 그래도 나았다고 해야 할까. ‘아유레디’보다 한 달 먼저 개봉했다.

영화 ‘에스터데이’다.

김승우 최민수 김윤진 김선아 등 지금으로서도 화려한 라인업이다.

연출은 ‘헤어 드레서’와 ‘세상 밖으로’의 시나리오와 조감독을 맡았던 정윤수 감독이었다.

그의 데뷔작이었다.

배경은 2020년 통일 한국이다.

의문의 살인 사건, 기억 상실, 권력층 비호 특수조직, 특별한 능력자들의 대결, 액션 등 SF적인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설명 불가능한 연출과 배우들의 이해할 수 없는 연기력이 문제였다.

도대체 이 배우들이 어떻게 이런 연기를 선보일까. 이 영화를 관람했던 당시의 관객들은 지금도 의문을 품을 만할 정도다.

월드컵 개최 시기와 맞물려 극장 흥행에 실패했단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만 치부하기엔 ‘에스터데이’의 참패는 너무도 극단적이었다.

앞선 두 영화와 함께 충무로에서 당분간 SF장르의 제작을 불가능하게 만든 주범 중 하나다.

총 제작비 60억 정도가 투입돼 최종 관객 수 40만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 뇌출혈 일으킬 영화 제작 기간으로만 따지면 한국 영화 사상 최장이다.

무려 5년이 걸렸다.

때문에 제작진과 스태프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뇌출혈 시티’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2003년 9월 개봉한 ‘내추럴 시티’다.

할리우드의 전설 ‘블레이드 러너’와 일본의 걸작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뒤섞은 듯한 스토리는 창작력의 부재로 돌려도 그만이었다.

연출을 맡은 민병천 감독은 전작 ‘유령’을 만들 당시에도 할리우드 영화 ‘크림슨 타이드’ 짝퉁 오명을 들은 바 있다.

그럼에도 뛰어난 이미지를 만들어 내면서 어느 정도의 비난은 상쇄했다.

‘내추럴 시티’도 마찬가지다.

비주얼 적으로는 앞선 3편의 영화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지금으로서도 적지 않지만 당시로선 기록적인 70억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하지만 스토리가 문제였다.

지나치게 무거웠다.

감독은 이 영화를 ‘멜로’로 규정했다.

실제 영화에서 멜로 라인을 느끼기엔 무리였다.

장면과 장면의 연결도 거칠었다.

당연했다.

영화는 당초 초기 편집본이 무려 3시간 30분에 달했다.

상영 버전의 114분으로 최종본이 나왔다.

스토리는 듬성듬성 구멍이 났다.

대중성은 사라졌다.

연출을 맡은 민병천 감독은 이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코코몽 시즌2’ 연출자로 가장 마지막 프로필을 적고 있다.

‘내추럴 시티’의 최종 관객 수는 40만 수준이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