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옹호' 변호인단장 활약하며 헌재 공격했던 김선수 / "정당 해산으로 국회의원직 당연히 상실" 첫 판결 이동원 / 노정희, "정당 해산에도 비례대표 지방의원직 유지" 선고"헌법재판소는 독재정권에 항거한 민주화 투쟁의 역사적 결실로 출범했다.그런데 오늘 결정으로 헌재는 그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했다."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12월19일 김선수 변호사가 헌재의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해산 결정 선고 직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그는 통진당 측을 대리하는 변호인단 단장을 맡고 있었다.

옛 통진당을 변론한 경력, 그리고 헌재 선고에 반발하며 던진 비수같은 말 등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이 그의 대법관 임명에 적극 반대하는 주된 근거다.

김명수 대법원장에 의해 새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된 이는 김 변호사와 이동원 제주지법원장, 노정희 법원도서관장 3명이다.

이들 중 김 변호사는 과거 통진당을 변호했던 이력이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내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물론 다른 대법관 후보자 2명도 다 일선 판사 시절 옛 통진당 관련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이동원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국회의원직 당연 상실"이동원 법원장은 2016년 서울고법 행정6부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헌재의 위헌정당해산 결정으로 국회의원직을 잃은 옛 통진당 의원들이 "의원직 상실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다.

당시 헌재 결정으로 의원직이 자동 상실된 만큼 법원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헌재 결정과 별개로 의원직 상실 여부는 법원의 심판 대상인지를 놓고 법리공방이 일었다.

이 법원장의 재판부는 "옛 통진당 의원들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원이 심판권을 갖는다"고 판결해 행정소송 대상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위헌정당해산 결정의 효과로서 소속 의원이 당연히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고 덧붙였다.

어찌 보면 ‘헌재 결정의 효력을 법원이 판정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판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동의를 요청하며 국회에 제출한 사유서에서 이 판결을 요청서의 가장 첫머리에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 법원장이 위헌정당해산 결정이 된 정당 소속 의원들이 제기한 국회의원 지위확인 사건에서 최초로 소속 국회의원이 위헌정당해산 결정의 효과로 당연히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고 판결함으로써 헌법 및 법률상 국회의원의 지위 및 위헌정당해산 결정의 효과를 명확히 했다"고 판결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옛 통진당의 위헌정당 판정 및 해산 결정을 막아내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지켜주려 했던 김선수 변호사와 "헌재 결정으로 당연히 의원직이 상실됐다"고 판결한 이동원 법원장이 나란히 대법관 후보에 오른 셈이다.◆노정희 "통진당 해산에도 비례대표 지방의원직 유지"노정희 도서관장도 같은 2016년 광주고법 전주원외재판부 행정1부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옛 통진당 위헌정당해산 결정 관련 사건과 마주쳤다.

옛 통진당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이현숙 전북도의회 의원이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 퇴직 처분을 취소하고 지위를 확인해달라"며 전북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장을 맡은 것이다.

당시 헌재 결정으로 지방의회 의원직도 자동으로 상실되는 것인지, 지방의회 의원들 중 비례대표 의원도 마찬가지인지 등을 놓고서 법리공방이 일었다.

노 도서관장의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192조 4항은 비례대표 지방의원이 자의로 당적을 벗어나는 경우 당연 퇴직하도록 하는 한편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이 타의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게 되면 그 직을 보장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며 이 도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해산된 통진당 소속 도의원으로 활동할 순 없지만 무소속 상태에서는 도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옛 통진당의 위헌정당 판정 및 해산 결정을 막아내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원직을 지켜주려 했던 김선수 변호사와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 비례대표 의원의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판결한 노정희 도서관장이 나란히 대법관 후보에 오른 셈이다.◆文대통령, 김선수 임명요청서에 '통진당' 아예 언급 안해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김이수 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뒤 국회에 낸 임명동의 요청사유서에서 김 재판관이 옛 통진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 당시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해산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헌재 결정으로서 법적 효력이 있는 다수의견 대신 소수의견을 헌재소장 임명의 첫번째 사유로 들어 야권의 반발을 샀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헌재가 8대1의 압도적 다수로 결정한 사안인데 굳이 소수 편을 드느냐"고 문 대통령을 질타했다.

결국 김 재판관은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돼 헌재소장이 되지 못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김선수 변호사의 대법관 임명동의 요청사유서에는 그가 옛 통진당 위헌정당해산심판 변호인단장을 맡아 활동한 경력은 아예 기재하지 않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