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지난 1일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로 포털, 게임 등 IT 사업자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다.

24시간 글로벌 서비스를 해야 하는 IT업종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이에 정부는 재난·재해 등 긴급 상황에서 추가 근무를 허용하는 특별연장 노동에 IT업종을 추가할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IT유니온, 네이버 노조 등을 중심으로 특별연장 노동 추가는 IT 노동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해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노사의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게임 개발자들 처지를 대변해온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대표(IT유니온 게임분과장)를 지난 9일 서울시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나 개발자들의 열악한 근무 상황, 앞으로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처음 게임업계에 발을 담그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난 스스로 업계 외곽에 있다고 말한다.

주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관리 업무를 했다.

게임 스토리, 디자인 등 작가 매니지먼트를 하며 게임사들에 연결하는 일을 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회사들과 협업이 많았고 개발자, 작가 등 개발 일선에 있는 사람들의 부당한 해고, 임금 체납 등 현실을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게임개발자연대에 참여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건가. 이 조직은 지난 2014년에 설립됐다.

난 2015년부터 참여했는데 이유는 조직 체계 확립을 위해서였다.

설립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 법인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던 상황이다.

내가 경영하던 스타트업도 어려움에 빠져 도산했었는데 법인 업무 등 도움을 주자는 마음에 상근자 역할을 맡았다.

연대 대표와 더불어 IT분야 노조인 IT유니온에서 게임 분과장을 맡고 있다.

각 단체가 어떤 점에서 다른가. 연대와 IT유니온 모두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한다는 점에선 같다.

다만 연대는 최근 한 게임사에서 페미니즘 게시물 공유했다는 이유로 개발자를 찍어내리는 사태 등 최신 이슈에 빠르게 대응한다.

IT유니온은 지난달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에서 IT 산업을 배제하겠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발언이 나온 이후 후속 대응을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현장에서 주 52시간 노동이 잘 정착하고 있는지, 사업자의 꼼수가 발생하진 않는지 감시, 신고센터를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다.

IT유니온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이다.

IT 산업은 다른 전통 제조업 산업과는 다른 점이 많은데. IT 산업 종사자들은 미래산업에 호의적이다.

아무래도 제조업 종사자들보다 IT 종사자들은 근로 환경이 유연한 편이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그 자리가 업무 수행할 수 있는 산업이 IT 산업이다.

그러다보니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점에서 전통 제조업과 온도 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별연장 노동에 IT 산업을 추가하려는 최근 정부 움직임은 어떻게 보는가.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특별연장 노동이 필요한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 재난 사태가 선포됐는데 노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현재 자행되고 있는 불필요한 노동, 야근들은 인력 충원, 인프라 개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들이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전날 동료의 야근이 오늘의 버그를 일으킨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10명 써야 할 일에 6명, 8명만 투입하면 인력 피로도가 높아져 '휴먼에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휴먼에러가 많아지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근을 하게 되고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노동환경으로 인해 장애가 자주 발생한다면 인력 충원으로 해결해야 한다.

장애가 발생하는 데도 인력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건 사업자 측의 직무유기다.

특별연장 노동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노동자를 불러 일을 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회사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추가 노동을 시켰다면 휴일을 보장하는 등 가이드라인 제시가 먼저다.

노동환경 개선에 힘쓰지 않는 사업자 측 징벌적 성격으로 1.5배 보상 등을 요구해야 한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면 특별연장 노동도 가능하다.

지난 11일 서울시 구로구 넷마블에서 열린 '노동시간 단축 관련 게임업계 현장방문' 간담회.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한때 '구로의 등대'라는 오명과 함께 게임업계에 만연하던 크런치 모드(소프트웨어 개발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장시간 일하는 관행)가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알음알음 불 꺼놓고 일하는 문화가 여전하다는 말도 있다.

지속적인 계도감독이 필요하다.

'사람을 갈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환경'이 국내처럼 극단적인 사례는 해외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해외에서는 개발들이 자발적으로 성공을 위해 장시간 노동을 감수한다는 사례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개발자가 그 회사의 이사나 주주일 경우다.

회사를 책임지는 사람이 나서는 것이다.

그런 식의 성공신화를 위해 개발자가 자기를 잊고 회사에 매진해 성공시켜야 한다는 말이 성립하려면 이후 성공 분배가 약속돼야 한다.

적어도 계약서에 인센티브 사항을 명확히 하거나 스톡옵션, 주식 등을 주겠다는 계약 관계가 명확해야 한다.

혹은 직급을 올려 회사 이사 등 특수관계자로 노동하면 된다.

이런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임원으로서 권리도 없는 사람들에게 야근을 강요하면 안 된다.

사업자가 업무를 시켜야 하는데 노동자는 퇴근할 수밖에 없다면 사업자가 고용을 늘려야 한다.

개발자의 인식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개발 인센티브를 포기 못해 초과 노동을 하려는 문화인식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게임 산업 발전 초창기까지 개발자는 어느 회사를 가던 우대를 받았다.

능력만 된다면 어느 회사를 갈 수 있어 개발자 스스로 노동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이 정점을 찍은 후 게임 산업도 서서히 쇠퇴기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개발자들도 본인이 속해 있는 직장에서 언제까지 근무할지 모르는 상황이 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말 '셧다운제(0~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이용 제한)' 시행 이후 고용환경은 안 좋아지고 있다.

일명 '셧다운제 쇼크'라 하는데 이후 산업은 고용은 줄고 수익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수익도 소위 말하는 대형사 위주의 소수 독점 사례다.

산업이 독점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개발자 스스로 노동권을 챙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주 52시간 노동이 시작된 만큼 실제 사업장에서 이것들이 잘 지키는지 자세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지금도 게임 개발 환경에서 겪는 부당 노동 행위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정리하고 알리는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게임 이용자 모두가 개발자 환경에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소비자 보호뿐 아니라 개발자들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대표.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