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불붙은 국가주의 논쟁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탈국가주의’ 담론이 정치권 논쟁의 중심에 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에) 국가주의적인 경향이 곳곳에 들어가 있거든요"라며 포문을 연 이후 지속해서 현 정권의 정책 기조를 ‘과도한 국가 개입’으로 규정하며 여권에 채찍을 휘둘렀다.

여권은 처음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정면 반박에 나서면서 논쟁은 가열하고 있다.◆"탈국가주의, 與 하락세에 시의적절한 담론"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슈를 선점해 취임 보름만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지리멸렬’이란 꼬리표를 달고 번번이 담론 경쟁에서 뒤처졌던 한국당이 이슈를 주도하며 ‘국가주의vs자율주의’ 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일 통화에서 ‘탈국가주의’ 논쟁이 앞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 정권을 겨냥한 국가주의 비판이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와 맞물려 "최소한 한국당이 민심을 읽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신 교수는 "지금은 국민이 현 정권에 의문을 품고 지지를 철회하는 상태"이라며 "국민이 국가주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해도 한국당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 자체가 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 갤럽이 발표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0%로, 지난 6월 둘째주 79%를 기록한 이후 7주 연속 하락세에 놓였다.

신 교수는 김 위원장에게서 홍준표 전 당 대표의 ‘독불장군’ 스타일과 상반된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인은 앞에서 국민을 끌어가려고 생각하면 안 된다.홍 전 대표의 ‘계몽주의’가 실패한 이유"라며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 국면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국가주의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홍 전 대표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라고 말했다.◆"너무 큰 담론…대안 없으면 ‘어쩌라고?’ 반문 나올 것"탈국가주의 담론이 이슈화에 성공했더라도 ‘추상적’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탈국가주의가 무엇인지 구체화하지 않으면 ‘딴죽걸기 담론’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탈국가주의는 굉장히 큰 패러다임이다.현 정부의 경제, 사회 등 각 영역의 모든 문제를 한 데 아울러 비판하기 위해 그보다 훨씬 큰 담론을 끌어온 셈"이라며 "탈국가주의의 종착지를 제시하지 않으면 국민은 ‘So what(그래서 어쩌라고)?’이라고 반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이 국가주의의 대안으로 자율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논거가 약하다.진보·보수를 떠나 지금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라며 "탈국가주의는 집권 여당에 대한 공격 담론으로서의 의미는 가질 수 있지만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 비전을 제시하는 선도 담론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탈국가주의, 보수의 새로운 좌표 될 것"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탈국가주의를 향후 보수의 핵심 가치로 삼고 조만간 전 분야에 걸쳐 자율주의에 기반한 세부 정책을 발의할 계획을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탈국가주의는 쉽게 말하면 국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엄정하게 구분하자는 것"이라며 "앞으로 보수가 추구할 새로운 가치로서 한국당의 이념 좌표를 재설정하는 준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낡아빠진 국가 주도의 관성, 환상에서 벗어나 시장과 공동체의 자율을 믿어줘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공약인 ‘나를 책임지는 국가’는 가능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 된다.시장을 사악하다고 규정하며 국가 권력이 개입하는 문재인 정부는 결국 나라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다음주부터 당 재건을 위한 비대위 산하 소위와 특위가 가동될 것"이라며 "좌표 설정이 끝나면 오는 9월 정기국회 내에 분야별로 패키지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