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부품 관세 부과 직접 영향/美 TV조립회사 직원 감원… 첫 사례/중국판 실리콘밸리 ‘대만구’ 계획/美 타깃 우려에 추진 소식 안들려 中 소비자 물가지수 급속히 상승/ 사태 장기화땐 서민 경제 직격탄/ 美서도 치킨게임 양상에 불안감/“세계 경제 잘 돌아가지 않을 것”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이 양국에 부메랑이 돼 돌아가는 조짐이다.

미국에선 중국산 부품에 부과된 관세를 감당하지 못한 기업이 전 직원을 해고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중국에선 ‘중국판 실리콘 밸리’ 계획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 CNN머니와 일간 시카고트리뷴은 8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TV 조립 회사인 ‘엘리먼트TV’가 기간사원 8명을 제외한 126명을 오는 10월5일까지 해고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회사 측이 밝힌 직원 해고 사유는 중국산 부품값 상승이다.

이 업체는 정부 고용인력부에 보낸 서한에서 "해고와 폐업은 최근 예기치 않게 중국산 부품에 대해 부과된 관세의 직접적인 결과"라며 "관세가 매겨진 부품은 우리 공장에서 TV를 생산하는 데 필수 요소"라고 호소했다.

미국 기업이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 부담으로 직원을 감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리먼트TV에 부담을 지운 것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40억달러(약 38조원)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25%의 고율 관세다.

고율 관세에 따른 부품 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주 정부와 연방정부가 주내 기업들에 미치는 관세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받는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판 실리콘 밸리를 만드는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대만구 계획은 홍콩, 마카오, 광둥(廣東)성 9개 도시를 묶어 세계적인 혁신 경제권을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대만구 계획을 언급했는데 5개월이 지나도 계획 추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SCMP는 "중국 정부가 대만구 계획이 미국의 새로운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25’(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가 어떻게 미국의 반발을 불러왔는지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전쟁 장기화는 중국 실물경제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시장전망치 2.0%), 4.6%(시장전망치 4.5%) 상승했다.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수치다.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물가상승률이 가팔라지고, 서민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미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관세보복 항목으로 정하면서 중국 내 대두 가격은 물론 식용유, 각종 가공식품, 육류 가격 등이 들썩이고 있다.

미·중의 대결이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자 미국 내에서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클 퍼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더 개입적인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퍼롤리는 "현 정부가 중국의 통화 조작 가능성에 대한 반대를 암시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도 미 CNBC방송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이 안으로 움츠러들고, 관세가 인상되면 세계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무역문제가 정말 겁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정선형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