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先비핵화 내세워 압박 지속 / 전문가 “제재 해제는 시기상조” / 北 “제재와 관계개선 양립 안돼” / 南 끌어들여 美 제재 완화 노려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이탈을 경계하는 미국과, 우리의 독자 행동을 요구하는 북한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사이에 낀 정부의 운신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미국은 그동안 남북경협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정책의 우선순위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남북경협은 대북제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며, 대북제재 이탈에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미국 재무부가 추가 대북제재 대상을 지정한 지 12일 만인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러시아·중국 법인 총 3곳과 개인 1명을 대북제재 명단에 새로 올린 것이 단적인 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현존하는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문제가 되는 기업과 개인이) 제재를 위반한 결과는 우리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내에서는 남북경협 확대 의지를 드러낸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을 놓고 한·미 간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15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올해 안에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갖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 정부 내 일부 관료들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남북합의가 한·미동맹 공약보다 더 중요하다는 대미 공개압박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뱁슨 전 고문은 "대북제재가 유지 또는 강화되어야 한다고 보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같은 미국 정부 내 여러 관료를 분명히 화나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앙정보국(CIA) 출신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철도·도로 연결은 유엔 제재와 병행할 수 없다"며 "추후 제재 해제를 전제로 말했다 하더라도 너무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남한을 끌어들여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판을 깨려는 북한의 대남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근본 입장’이라는 제목의 정세 해설에서 "제재압박과 관계 개선은 양립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민족 자주의 원칙에 어긋나게 우리(북한)에 대한 제재압박 유지를 떠드는 미국의 눈치를 살피며 외세 의존에 매달린다면 겨레의 지향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북남관계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남한이 남북 간 교류협력 확대와 관계 개선을 하려거든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에서 발을 빼라는 식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 철도·도로 협력 및 경협 추진 내용이 담긴 4·27 판문점 선언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되 대북제재 틀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이행한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정부의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