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먹거리 물가가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는 결국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고, 영세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요식업계도 타격을 입게 됩니다.

특히 인건비 부담 증가를 호소하는 요식업계에 식자재 가격 상승은 경영난을 부채질하는 주 요인입니다.

최근 장바구니 물가 불안이 추석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 임차료, 최저임금이 올라 공급 측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현상이어서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도 기록적인 폭염 피해가 더 확대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며 관련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작황 통제가 쉽지 않고, 생육 기간이 긴 농축수산물은 공산품보다 수급 조절이 훨씬 어렵습니다.

먹거리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서민이 가장 먼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가격 변동 관찰, 비축물량 방출 등은 정부가 수행해야 할 수급 대책의 기본 중 기본입니다.

전문가들은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유통시스템이 먹거리 가격 상승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유통을 효율화해야 할 것이라며 사재기 등 불공정 행위를 방지해야 함은 물론, 가격 불안이 심각해지면 품목에 따라 긴급 수입조치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성수품 수급안정 방안 등을 포함한 '추석 민생대책'을 내달 초 발표할 계획입니다.

최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의 한 재래시장을 방문해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강세 품목의 비축 물량 방출과 출하 조절, 할인 판매 등 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유례없는 폭염과 이로 인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채소류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채소류 가격은 고온에 따른 생육장애, 병충해 발생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생육조건 악화로 채소류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가격 오름세는 식탁 물가와 밀접한 배추, 무, 상추, 오이, 호박, 고추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광주의 한 재래시장에서 거래된 고랭지 배추 한 포기당 소매가격은 2주전 5500원에서 6700원으로 21.82% 올랐다.

무 가격도 1개당 3000원에 거래되던 게 4000원으로 33.33% 상승했다.

강원도 등지에서 공급되고 있는 고랭지 배추와 무는 폭염과 가뭄 탓에 전반적으로 상품성이 하락한 가운데, 품질이 양호한 '상품(上品)' 가격은 계속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에 많이 찾는 오이(취청)도 2주 전 10개당 7000원에서 8000원으로 14.29% 올랐다.

수확 후 건조가 한창인 건고추 가격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건고추는 600g(1근)당 1만5000원으로, 지난해 9500원 대비 가격이 57.89% 폭등했다.

무더위 갈증 해소를 위해 많이 찾는 수박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상품 1개당 1만6000원에 거래되던 게 최근 2만5000원으로 56.25% 급등했다.

수박 가격 급등은 휴가철과 무더위로 인한 수요는 증가한 반면,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오름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T는 "폭염으로 인한 공급부진으로 채소류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배추, 무, 감자, 상추, 깻잎, 오이, 수박 등은 생산량 감소로 계속 오름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임차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물가 오름세 부추겨국제유가·임차료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이 커져 물가 불안이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 오준범 선임연구원과 신유란 연구원은 최근 '비용인상 인플레이션 현실화되나?'라는 보고서에서 "향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고용 비용 증가 등 공급측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들로 물가 불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1%대 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2%대 중반까지 회복하면서 상승세가 지속하는 모습이다.

물가 상승은 경기 회복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며 빚어지기도 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같은 공급측 요인 때문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최근 후자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초 배럴당 26.9달러까지 떨어진 국제유가는 이후 상승세로 전환, 8월 기준 72.1달러로 올랐다.

국제 식량가격도 2016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다 최근 들어서야 겨우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 기준 수입물가는 2016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 오름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고용 비용도 지속적으로 오르는 형국이다.

임금 총액 증가율은 2014년부터 오르기 시작, 올해 1∼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6.6%로 확대했다.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등으로 기업의 노동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등 금리 인상 기조도 가계와 기업의 대출금리를 밀어 올려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업용 건물을 중심으로 국내 지가상승률이 확대한 점도 서비스 물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폭염도 물가를 밀어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1~2017년 7∼8월 중 폭염일이 평균(4.3일)보다 길었던 해의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8.0%로 높았다.

올해 7월 전국 평균 기준 폭염일은 15.5일로 1994년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이달 중순까지 폭염이 지속한다면 7∼8월 합계 폭염일이 1994년(28.7일)을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 같은 공급측 요인들이 급격히 변화해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확대하고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폭염도 물가 밀어 올려…추석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들썩일 듯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채소류와 축산물 등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과 관련해 "관계 부처는 장바구니 물가 동향을 관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농축수산물 피해가 커지고 배추, 무, 과일, 축산물 등 일부 품목에서 심각한 수급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농축수산물 가격은 국민 밥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외식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며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추석 물가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품목별 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비축물량 집중 방출, 조기출하 등을 꼼꼼히 관리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기록적인 무더위 때문에 국민 모두 고생하시지만 가장 가슴이 타들어가는 분들은 농민들과 어업인들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말라가는 작물, 폐사하는 축산물과 수산물을 지키느라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시는 노고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