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이 공개된 지 1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 정책인 '8•31 부동산 대책'의 확장판으로 평가되는 8·2대책은 정부 주택정책이 시장 활성화에서 규제 강화를 통한 안정화로 변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청약 1순위 제도 강화 등 각종 규제는 '부동산 규제의 완결판'으로 인식되면서 투기세력과 다주택자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이로 인해 주택시장이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있으나, 대책의 집중 타깃이 된 서울 집값은 아직 완전히 잡히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지역 경제 침체에 투자 수요가 자취를 감춘 지방 주택시장은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8·2대책에서 지난 정부에서 수차례에 걸쳐 나눠서 발표한 규제정책을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집값 안정을 꾀했다.

과열된 시장에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택가격이 대세 하락으로 바뀌는 변곡점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투자 심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10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중 유동자금은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여전히 부동산시장을 맴돌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시행된 양도소득세 중과조치로 3월까지 다주택자가 내놓은 매물이 한꺼번에 팔려나가면서 일부 지역은 이전 정부보다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

한국감정원 집값 동향 조사내역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8·2대책 이후 지난 6월까지 11개월간 6.6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8·2대책 이전 1년 상승률(4.74%)을 웃도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심리를 자극, 강남이나 강북(마포·용산·성동구) 등의 인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발표한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52층 재건축' 허용 방침은 8·2대책 발표 후 잠시 소강상태였던 집값 상승세를 더욱 부추겼다.

강남권 재건축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한 투자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9월 한 달 0.01%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값은 10월 0.26%로 상승 전환하고 11월 0.43%, 12월 0.84%로 오름폭이 커진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양도세 중과 시행 전 팔려고 내놓은 다주택자 매물이 거래되고, 강북지역까지 들썩거리면서 1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34%, 2월에는 1.39%까지 치솟기도 했다.

월별 상승률로는 집값 급등기인 2008년 6월(1.43%) 이후 약 9년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 1년간 송파(13.56%)·강남(10.52%)·강동구(9.70%) 등 강남권 아파트값이 평균 10.47% 뛰면서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참여정부 이후 집값이 급락했던 분당구 아파트 시세는 8·2대책 이후 11개월간 15.29% 상승,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자 과거 전고점 시세에서 최대 40% 이상 떨어졌던 분당 주택시장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분당 아파트값 8·2대책 이후 11개월간 15.29% 상승…전국 상승률 1위 기록정부는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더 적극적으로 주택시장에 개입했다.

올초에는 재건축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합원 1인당 수억원에 달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예정액을 국토교통부가 직접 계산해서 공개해 재건축 시장을 움찔하게 했고, 재건축 연한이 다가온 준공 30년 아파트 단지로 상승세가 확산하자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강경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로 인해 서울 집값은 일단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된 4월을 기점으로 상승 폭이 둔화했다.

3월까지 다주택자들의 의사결정이 마무리되며 매도자·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서울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발표 이후 다시 꿈틀거리고 있어, 서울 지역만큼은 8·2대책의 약발이 다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도 시장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없었던 지방 주택시장은 오히려 8·2대책 이후 하락세가 본격화하며 서울 주택시장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8·2대책 이전 1년간 0.01% 올랐던 지방의 아파트값은 대책 발표 이후 11개월 동안 1.70% 하락했다.

대책 발표 전 한 해 동안 5.23% 올랐던 부산의 아파트값은 해운대구 등 일부 지역이 청약조정지역으로 지정, 대책 발표 후 지난 6월 말까지 1.54% 하락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맞은 울산·거제와 새 아파트 입주가 많은 충청권 등지는 지난 1년 내내 집값이 하락세를 보였다.

지역 기업들의 경영난으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실수요자들도 주택을 팔기 바쁜 가운데, 8·2대책 이후 서울에서 내려오는 투자 수요마저 급감해 침체가 가팔라진 것이다.

이런 여파로 주택 매매 거래량은 대책 발표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2대책 발표 이전 1년간 월평균 주택 거래량은 8만7167건에서 대책 발표 이후 7만5302건으로 13.6% 감소했다.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은 4월 양도세 중과 이후 주택 매수 관망세가 강해지면서 거래량이 줄었다.

8·2대책 이전 월평균 1만7798건에서 대책 이후에는 1만5050건으로 15.4% 감소했다.◆정부 규제 없었던 지방 주택시장 되레 하락세…서울과 온도차8·2대책과 무관하게 전세시장은 '물량 공세'를 견디지 못했다.

2∼3년 전 분양된 아파트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입주하면서 전국적으로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졌다.

8·2대책 이전 1.20% 올랐던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8·2대책 이후 11개월 동안 1.48% 떨어졌다.

특히 입주 물량이 몰린 경기도의 아파트 전셋값 하락률은 최근 11개월 새 2.31%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일부 지방과 수도권에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하며 전세금 반환을 놓고 세입자와 집주인들과의 분쟁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는 8·2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의 퇴로가 막혀 거래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는 배경에는 시장에 유통 가능한 매물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8·2대책을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종부세 등 대책의 순차적 시행과 관련한 시차, 불경기, 금리 상승 압력, 막대한 입주 물량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부터 대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수요 억제만으로는 뛰는 부동산을 잡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무엇보다 시장 왜곡을 바로잡을 장기 전략이 보완돼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하게 아파트 수만 늘리는 것을 공급대책이라고 할 순 없다"며 "강남·북 균형개발 취지에 맞게 비강남, 지방의 주거, 생활 인프라 고급화 청사진이 공급책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