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 결과가 발표되면서 국민연금 폐지론이 비등하고 있다.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믿지 못할 제도에 내 돈을 강제로 투입하지 말고 각자 알아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그간 낸 돈을 돌려달라"는 여론까지 비등할 정도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 중 노후를 개인이 알아서 챙기라고 내버려두는 곳은 없다.

공적 연금제도가 없던 시절 경제활동을 했던 현재 한국 노인들의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점만 봐도 노후를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대비가 어려운 걸 알 수 있다.

노후의 양극화만 심해질 뿐이다.

수많은 국가가 연금 개혁 문제로 정권이 뒤집힐 정도의 몸살을 겪으면서도 공적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다.

19일 청와대에 따르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연금 폐지 관련 청원은 1800건에 달한다.

지난 17일 4차 재정추계 결과가 나온 뒤 관련 제안이 폭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계산 결과 발표에 앞서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땅에 떨어진 신뢰 수준을 보면 합리적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지난 30년간 기금 고갈 공포를 키운 정부의 실책과 국민의 노후자금을 정권 마음대로 가져다 쓴 정치권의 불법적 행태가 쌓이며 제도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고 해서 제도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앞서 연금제도를 도입한 나라들은 기금이 고갈된 뒤로는 국내 건강보험처럼 매년 그때그때 걷어 지출하고 있다.

이런 재정운용방식을 ‘부과식’이라 부른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조금 더 부담하면 노후에 더 받을 수 있다"가 아니라 "이대로두면 기금이 고갈된다"고 강조했고, 그 결과 연금 제도는 국민들 사이에 ‘언젠가 망하게 될 제도’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보다 보장 수준이 높은 공무원, 군인,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에 국가가 매년 수조원씩 적자를 세수로 보전해주면서 기존 불신에 상대적 박탈감이 더해져 연금 제도에 대한 극한의 분노가 일어난 상황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