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우 산업1부 기자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의 항공사업 면허를 취소하는 대신 성장판을 꺾는 수준에서 사태를 일단락했다.

국토부는 "사회적으로 초래될 부정적 파급효과가 커 면허취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면허취소로 임직원 1673명, 협력업체 직원 1만명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보다 면허를 유지하는 게 실익이 더 컸음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마치 진에어에 '선심'쓰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국토부가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하지 않은 건 법적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항공법(2017년 3월 폐지)에 따라 외국인이 등기상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거나 대표자인 법인은 항공기를 등록할 수 없다.

조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기간(2010년 ~ 2016년 3월까지) 동안 진에어의 대표는 한국인이었고, 등기임원 중 외국인은 조 전무가 유일했다.

등기임원이 바뀌어도 국토부에 보고할 의무가 없었다.

2016년 3월까지 진에어에 불법은 없었던 셈이다.

진에어 면허취소의 근거가 된 법률은 2017년 3월 시행된 항공사업법이다.

항공사업법 9조는 외국인이 임원일 경우 항공사업 면허를 할 수 없게 규정했다.

과거는 문제가 안 됐을 일을 신법(항공사업법) 제정 후 엮어 면허취소를 검토했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국토부도 "항공사업법 시행 전 면허결격 사유가 발생한 경우 종전의 항공법을 따르도록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면허를 취소할 법적 정당성이 없음을 사전에 알았던 셈이다.

국토부는 지난 몇 달 동안 직원 1673명의 생계를 담보로 주판알을 튀긴 셈이다.

이번 일은 면허취소의 구실을 제공한 진에어와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국토부 모두 '쌍방 과실'이었다.

법률적으로 미필적 고의도 되지 못한다.

국토부가 진에어 면허취소를 검토한 것도 한진그룹과 선긋기라는 얘기가 많았다.

조양호 회장과 박삼구 회장 등 총수일가의 경영실패와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선긋기를 위해 진에어 면허취소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설명이다.

물컵 갑질의 피의자인 조 전 전무 비난 여론에 국토부가 편승했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태로 국토부가 얻어야 할 교훈은 하나다.

국토부의 방임에 항공사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한진·금호의 총수일가는 항공사를 소유물처럼 여겼다.

이번 사태는 항공사를 계열사 부실경영을 메우는데 이용하고, 항공기를 개인차량처럼 이용하다 벌어졌다.

항공업계 종사자들에게 국토부는 불신의 대상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국토부 공무원을 '칼피아'(대한항공 영문약자 KAL과 마피아의 합성어)와 '항피아'(항공사와 마피아의 합성어)라고 부른지 오래다.

조종사와 객실승무원의 비행 근무시간을 규제할 때 항공사 입장을 대변했던 것도 국토부였다.

안전과 항공사의 비용 사이에서 저울질한 셈이다.

저비용항공사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국토부와 아시아나항공이 공모한 의혹도 한 예다.

국토부는 앞으로 항공산업의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에 매진해야 한다.

항공안전에 걸림돌이 되는 게 있다면 주저없이 혁신해야 한다.

올해 업계를 뒤흔들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태는 시장이 병들었다는 징후다.

국토부의 잘못은 없는지 따져 메스를 대야 한다.

구태우 산업1부 기자(good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