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던 직장인 신모(30)씨는 무심코 앞에 놓인 자기 커피잔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안에서 마시고 갈 거라는 말에 받은 카페 유리잔 아래쪽에서 ‘매장에서 사용하는 컵입니다’라는 글을 발견해서다.

잠시 멍했던 신씨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 아니겠냐’는 생각에 씁쓸한 입맛만 다셨다.

신씨는 "카페 유리잔을 누군가 가져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누가 그런 행동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카페 일회용컵 단속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업계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회용컵 적발 시 과태료를 업주 몫으로 돌리는 정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특히 머그잔 분실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없어지면 업주가 손실분을 메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신씨 사례로 미뤄 해당 안내문도 업체 측이 분실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으로 추정된다.

다만, 모든 업체가 같은 안내 문구를 인쇄하지는 않았다.

사진을 살펴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회용컵 단속 이후 머그잔 도입량이 늘면서 인쇄한 문구는 아닐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카페 업계에서 ‘머그잔’ 분실 사례는 있었고, 고민 끝에 안내글이 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머그잔을 가방에 숨긴 채 나가면 누구도 모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들의 시민의식을 믿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머그잔을 매장 제품으로 여겨 있던 곳에 가져다 놓는 게 ‘당연한’ 일인데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말이 들린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매장에서 사용하는 컵입니다’ 문장은 분실 문제를 줄이고자 인쇄된 게 맞으나, 시점은 일회용컵 단속이 공론화되기 훨씬 전으로 확인됐다.

물론 중요한 건 인쇄 시점이 아니라 ‘이유’다.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뭔가를 도입했을 때 ‘분실’이라는 장벽을 만나게 되면 그만큼 허탈한 일도 없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헬멧만 보더라도 비슷한 느낌이다.

지난달 20일, 한 달 계획으로 시범 대여에 들어간 따릉이 헬멧이 개시 3주 만에 전체 1500개 중 약 280개가 없어진 것으로 조사돼 서울시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잔 안내 문구나 골머리 앓는 서울시의 모습 모두 내놓으면 없어지는 ‘분실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단면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