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에 살고 있는 마야(17·여·가명)는 2016년 5월의 ‘그 날’을 잊지 못한다.

엄마 심부름을 하러 인근 가게로 양파를 사러 갔던 마야는 "양파 까는 걸 좀 도와달라"는 가게 주인의 부탁에 별 생각 없이 응했다.

수년 간 물건을 사 주인과 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게주인은 갑자기 돌변해 문을 잠갔고, 소리치면 죽이겠다고 협박해 마야를 강간했다.

마야가 집에 오지 않는 것을 수상하게 생각한 엄마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마야는 4시간 만에 구출될 수 있었다.

마야의 엄마는 "아직도 이 일에 대해 생각하기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인도에서 이와 같은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소율이 정체되고, 가해자 중심으로 사건이 심리되는 등 피해자들은 외로운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델리의 버스에서 발생한 집단 강간 사건 이후 강간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CNN은 인도범죄기록국의 가장 최근 자료(2016년)를 인용해 인도에서 한 해 3만9000명의 여성과 아이들이 강간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에 100건 이상의 성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다.

2012년 이후 인도에서는 12세 이하 아동을 강간한 가해자에 대해 사형을 도입하는 행정명령을 통과시키는 등 엄벌주의를 적극 도입했다.

하지만 2016년 강간 사건은 2012년보다 56% 증가하는 등 성범죄는 오히려 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소율은 같은 기간 24.2%에서 25.5%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게다가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2012년 10만1000여건에서 2016년 13만3376건으로 증가하는 등 뒤늦게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아 ‘2차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뒤 피해자가 겪는 아픔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마야의 사건이라고 CNN은 전했다.

마야의 엄마가 사건을 신고한 뒤 가해자인 가게 주인은 체포돼 그해 8월 기소됐다.

마야의 가족은 글을 읽고 쓰지 못해 고소장을 작성할 수 없어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았다.

사건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인만큼 특별 법원에서 심리가 이뤄졌고, 가해자는 보석이 금지됐다.

그런데 마야의 가난이 발목을 잡았다.

마야가 태어날 당시 가족이 너무 가난했던 탓에 출생 등록을 제대로 못한 점을 가해자 측이 집요하게 파고든 것이다.

마야의 학교에서 마야가 15살인 것을 보증해줬지만 가해자 측은 재판부에 "마야는 10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에서는 "마야는 스무살이고,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런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가해자는 결국 보석으로 풀려났다.

보석이 지난해 7월 종료돼 현재 피의자는 구금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CNN방송은 이런 법원의 태도가 마야로 대표되는 인도 성폭력 피해자의 비참한 처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인도 시민단체 잔 사하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판카르는 "피의자 측은 돈을 줄테니 사건을 무마하자고 한다.늘 이런 식이다"며 "피해자가 돈이 없는 사람이고 가해자가 부유층일 경우 피해자는 여러 측면에서 압박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