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신약, 환자가 죽는다 ①] 임상 1상만 통과한 약 써도 될까?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고가 신약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 보장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조건부 허가 제도를 통해 1상 임상 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약을 허가해, 환자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어떠한 이유로든 환자에게 약이 제한돼서는 안 된다"면서 "현재 우리나라 의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현재 신약의 경우 임상 시험 과정에서 유효성을 입증해도 시판 허가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보니 신약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의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2년 획기적 의약품 지정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중대한 질병 치료에 사용하는 의약품 개발 촉진 제도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총 415건을 신청받아 132건을 획기적 의약품으로 지정했고, 이 가운데 2016년 6월 기준으로 49건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판매 허가됐다.

이와 관련 환자단체연합회는 획기적 의약품 지정 제도와 유사한 ‘1상 임상 시험 후 조건부 허가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1상 임상 시험 후 조건부 허가 제도는 임상 1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됐으나 2상이 완료되지 않아 미국 식품의약국(FDA) 또는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를 받지 못해 시판되지 않은 신약의 경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조건부 시판 허가를 해주는 제도다.

안기종 대표는 "여러 선진국에서는 조건부 허가 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신약 시판 허가 과정을 크게 단축시켰다"며 "미국은 획기적 의약품 지정 제도를 도입해 평균 2.2년을 단축했고, 영국과 일본도 이와 비슷한 제도를 각각 2016년, 2015년부터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 대부분은 조건부 허가 제도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배승진 이화여대 약학 대학 교수는 "1상 임상 시험 후 조건부 허가 제도는 근거 자료에 대한 기준을 완화 시켜주는 것"이라며 "이 제도가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은 확대시킬 수 있지만 안전성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배 교수는 "2014년 논문을 살펴보면 항암제의 경우 1상이나 2상에 근거해 허가가 난 의약품은 3상을 통과한 약보다 부작용이 많았다"며 "환자는 검증되지 않은 약에 노출되는 것이다.신약 접근성의 경우 생명 연장에 관련된 효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희 참여연대 조세복지팀장도 "조건부 허가 제도는 동의하기 어렵다.임상 1상의 경우 독성이 없다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1상 성공해서 최종 허가 받는 확률은 10%가 채 안된다.안전성이 담보돼 있는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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