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비서 64.1% → 8급 비서 58.1% → 7급 비서 38.7% → 6급 비서 24.7% → 5급 비서관 19.3% → 4급 보좌관 7.2%. 국회의원 보좌진 급수별 여성의 비율이다.

9급 비서 여성 비율은 같은 급수 남성 비서보다 1.5배가량 높지만, 그 비율은 급수가 높아질수록 확 낮아졌다.

급기야 4급 보좌관 중에선 여성이 7.2%밖에 되지 않았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다수 여성 보좌진은 직급에 따른 남녀 성비가 국회 내 성차별의 가장 큰 증거라고 보았다.

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국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성 보좌진 비율은 급수가 높아질수록 남성에 비해 기형적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낮은 급수인 8급과 9급에선 여성이 더 많지만 7급부터 반전되더니 올라갈수록 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졌다.

통틀어 봐도 휴직자 포함 국회의원 보좌진 총 2337명 중 여성은 699명(29.9%)에 불과했다.

한 여성 보좌진은 "보좌진 성비가 국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국회는 여성들이 아래에 몰려 있고 위로 갈수록 줄어드는 전형적 '유리천장' 현상이 극심한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8급·9급 비서에 몰린 여성…'잡무'는 여성 몫? 여성 보좌진들은 8급과 9급 비서 자리에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것에 대해서도 성차별적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연스레 잡무를 도맡게 되는 하급 비서 자리엔 여성이 많고, 급수가 올라갈수록 그 수가 비정상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통 의원실마다 한 명의 '행정 비서'를 두는데 대부분이 7·8·9급이고, 여성이다.

모 의원실이 국회 인사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통 행정 비서에게 주어지는 인사 관련 권한자(eHR 서무권한자)는 전체 295명 중 280명(94.9%)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은 15명(5.1%)에 불과했다.

행정 비서들은 주로 의원실 내 인사, 회계 등의 직무를 담당하는데 관행적으로 다과 준비, 정리, 전화 수신 등 잡무도 행정 비서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누군가는 '행정 비서도 고유의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급수가 높은 보좌진일수록 정책을 담당하기 때문에 행정 직무를 맡은 보좌진의 진급이 훨씬 어렵다는 것은 국회 내 공공연한 사실이다.

행정 직무를 맡는 한 여성 보좌진은 "정책 직무를 원했으나 '여자니까 행정을 해라'는 이유로 행정 비서가 됐다"며 "그렇다고 행정 비서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더 낮은 급수의 남성 보좌진이 있더라도 대개 잡무는 행정 비서에게 집중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꼭 행정 비서가 아니라도 대개 잡무들은 여성 보좌진의 몫이라는 점이다.

정책 비서라도 '여자'라는 이유로 커피를 타거나 응대하는 일이 으레 주어지기 때문이다 ([국회 '김 비서'는 지금①] 9급 비서 A 씨, 오늘도 커피를 탄다). 어떤 보좌관들은 수선을 맡긴 구두를 찾아오는 등의 개인적인 업무를 여성 비서들에게 시키기도 한다.

◆"진급은 당연하게 남자 몫?" 다수 여성 보좌진들은 공통적으로 진급 기회에 있어서 차별을 직접 겪었다고 성토했다.

보좌진 출신의 한 여성은 지난 19대 국회 모 의원실 9급 비서로 근무하던 당시 7급 비서직에 자리가 비어 진급을 기대했지만 결국, 밑에 있던 남성 인턴이 그 자리로 진급한 경험을 밝히며 허탈해 했다.

다른 여성 보좌진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진급 기회가 있을 때 당연히 남자들에게 기회가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또, 일반적으로 의원실 내 분위기가 급수가 올라갈수록 남성을 더 선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국회 직급별 성비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채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대개 의원실 채용 공고가 나면 성별은 무관하다지만, 노골적인 남성 선호 분위기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국회 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남성 보좌관들은 공통적으로 "남성 의원들이 많은 국회 구조와 보좌진이란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 보좌관은 "보좌진은 의원과 동고동락해야 하고 여성이 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성 보좌관이 많은 것"이라며 "물론 보좌진 문화도 변하고 있고, 정치권에도 여성의 비율이 점차 많아져야 한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분명 앞으로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보좌진의 남녀 직급별 차이, 업무에서의 남녀차별 등의 원인은 업무의 성격 때문으로 치부하기엔 그 정도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남성 국회의원이 여성의원들보다 많은 것이 남녀 보좌관 비율의 차이로 설명되었거나, 합리화하기엔 21세기 민의의 정당이 개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고광철 한국당보좌관협의회장도 남녀 보좌진이 진급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문제가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 회장은 "의원과 보좌관들 사이에 오래전부터 퍼진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고 회장은 "사실 여성 보좌진들이 국회 내 생활할 수 있는 생태적 환경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과거부터 보좌진은 의원들을 대신해서 해야 될 일도 많고 험한 일들도 많았다.그러한 부분들로 인해 여성 보좌진들에게 어떤 제한점이 있다는 인식이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들이 근본적으로 국회 보좌진 인사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국회 사무처에서 채용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의원실 자체적으로 선발하게 돼 있다.

국회의원 보좌직에 대해선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회의원수당법)이 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수당법 제9조는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좌관 등 보좌직원을 둔다'고 명시한다.

국회의원 한 명 당 총 9명의 보좌직원을 둔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9급 비서 1명씩 4명, 인턴 1명으로 구성된다.

'별정직 공무원'으로 분류되는 국회 보좌진은 일반직 공무원처럼 시험이 따로 있진 않다.

보좌진 인사 권한은 전적으로 국회의원에게 있다.

그래서 가끔은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고용해 말썽을 빚기도 한다.

일종의 '특별 채용' 개념이다.

진급에 있어서도 뚜렷한 기준이나 절차가 없다.

따라서 주관적으로 남성이 더 혜택을 받거나 '낙하산' 채용 문제도 끊임없단 지적이다.

한 국회 관계자도 보좌진 내 성차별 관련 취재를 진행 중인 에 "보좌진 인사 문제는 100% 의원실 내 권한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간섭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