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세계-특검이 남긴 것①] 반쪽으로 끝난 수사드루킹 김동원씨와 김경수 경남지사의 댓글 조작 수사를 해온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22일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사실상 특검 수사가 끝나가는 분위기다.

지난 6월 27일부터 지금까지 장장 60일간의 수사를 진행해온 특검팀의 수사가 끝이 났지만, 댓글 조작 수사와 함께 제기된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수사는 들어가지도 못했고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죽음 등 별건수사 논란이 이어졌다.

사상 초유의 여당 정치인의 댓글 조작 의혹으로 촉발된 특검 수사는 국민적인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반쪽짜리 수사로 남게됐다는 지적이 나온다.◆민주당원 댓글 조작, ‘문재인 키즈’ 특검으로 나비효과사실 김 지사에 대한 특검의 수사는 민주당원 3명이 연루된 단순 댓글조작 사건으로 시작됐다.

단순 경찰의 업무방해 사건으로 끝날줄 알았던 이 사건에서 김 지사의 이름이 거론됐고, 급기야 ‘문재인 키즈’로 급부상하던 김 지사에게 화살이 돌아왔다.

당시 경찰은 댓글 공작팀의 주범인 드루킹 김씨와 수백건의 문자를 주고받은 여권인사로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김 지사를 특정했다.

경찰은 인터넷 댓글 조작 혐의(업무방해)로 구속된 김모(48)·양모(35)·우모(32)씨 등 3명에 대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디지털 증거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의 자료를 찾았다.

경찰은 김씨의 스마트폰에서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김 지사와 수백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내용도 알아냈다.

김 지사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거론되자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당은 일제히 김 지사와 문재인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지난 5월 특검팀이 출범한 이후 특검팀은 경기 파주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 현장조사에서 휴대전화 21대, 유심카드 53개를 확보하면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검팀은 경공모 창고를 압수수색하며 새로운 증거물 확보에 집중했다.

특검팀은 7월17일 드루킹의 측근이자 오사카 총영사 인사청탁의 당사자로 알려진 도모 변호사를 긴급체포하면서 첫 강제 신병확보에 나섰지만 잇따라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겼다.◆노회찬 안타까운 죽음…청와대 관계자들은 단순 참고인특검팀은 드루킹 김씨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며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는다.

특히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경우 단순 참고인 조사를 받고 피의자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백 비서관은 드루킹 김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도모 변호사와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검팀은 이때 백 비서관이 민정비서관의 신분을 이용해 문제해결을 위해 수사기관을 움직인 것은 아닌지 조사했다.

또 송 비서관의 경우에도 김씨가 이끈 경공모 측으로부터 간담회 사례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했다.

앞서 송 비서관은 청와대 민정에 드루킹 관련 내용을 알린 뒤 조사를 받았고, 문제가 없다는 일종의 내사 종결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송 비서관과 백 비서관은 각각 지난 12일과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팀 조사를 받았고 현재까지도 피의자 전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비서관의 소환 당시 특검팀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임을 강조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도 말을 아꼈다.

드루킹 김씨의 댓글 조작 의혹이 세상에 드러났을 당시 거론되던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정확한 수사에는 나아가지 못했고,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사실상 이들에 대한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있었다.◆역대 특검 중 ‘첫 수사기간 포기’, 반쪽짜리 미완의 수사로 끝헌정사상 13번의 특검이 있었지만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한 특검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은 특검팀들이 기소를 통해 재판결과 만큼이나 국민적인 관심을 갖는 수사결과 발표에 사활을 걸어왔고, 지금까지 국민들의 관심에 부응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날 박상융 특검보는 "굳이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사실상 특검의 수사 종결을 밝혔다.

특검팀이 연장을 포기한 만큼 보완 조사를 거쳐 김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검팀이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하긴 했지만 특검 수사를 놓고 여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특검이 수사기간을 연장해 댓글 여론조작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대로 특검이 종결되면, 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질 것"이라며 "국민들에게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당대표, 당권주자들, 국회의원 등 권력자들의 압력과 겁박에 특검이 굴복하는 것으로 비치고 정치권과 특검에 대한 국민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특검팀이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할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하고 구속영장도 기각된 것은 결국 이 사안이 애당초 특검 사안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드루킹 특검 종료는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매우 당연한 처사"라고 평가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