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예멘인 난민 신청자 중 23명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가운데 이들은 출도 제한 조치가 풀리고 취업은 가능하지만 난민 지위와 달리 생계비와 사회보장 혜택은 받을 수 없다.

14일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난민법 39조는 인도적 체류자가 취업활동 허가를 받을 수 있으나, 생계비 지원이나 사회보장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난민인정자와 달리 국내로 본국의 가족을 초청할 수도 없다.

인도적 체류자는 기타(G-1)의 체류자격을 부여 받고 원칙적으로 1년 간 체류할 수 있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법 및 난민협약 상의 ‘난민’ 개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인도적인 사유를 고려해 체류 허가를 받은 외국인으로서 원칙적으로는 난민 불인정자다.

이에 따라 인도적 체류자도 난민법 21조에 따라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 소송으로 이를 다툴 수 있다.

이번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23명 중 가족단위 체류자는 총 18명이며, 모두 네 가족이다.

신원검증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미성년자녀 동반 두 가족은 이번 발표에서 제외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이날 인도적 체류자에 대해 앞으로 제주를 떠나 국내 다른 곳으로 이주할지 등에 관해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23명 중 22명이 제주 외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1명만 제주에 그대로 남겠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1월 초부터 예멘인들의 대거 입국이 시작된 이후인 지난 4월 30일 제주 체류 예멘인들에 대해 출도 제한 조처가 내려졌다.

예멘인 난민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갈수록 높아져 찬·반 갈등이 빚어졌다.

이번에 23명이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았으나 불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는 예멘인이 더 많다.

제주도 내 예멘 난민심사 대상자 484명(신청 포기자 3명 포함) 가운데 440명은 면접심사가 완료됐다.

이번에 인도적 체류허가가 내려진 23명 이외의 417명에 대서는 신원 조회가 진행 중이다.

◆인권단체 "난민 보호, 정착지원 제도 개선해야"난민네트워크·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는 예멘인 난민 신청자 23명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심사 결정과 관련, 국제기준을 엄정히 준수하는 심사로 예멘 난민들을 보호하고 정착지원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난민 지위 불허 사유로 제시한 ‘내전이나 강제징집 피신’은 가장 전통적인 난민 보호 사유 중 하나로서, 결코 그것만으로 난민지위 부여를 회피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구체적인 난민협약상 사유와의 관련성을 고려한 심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내전 중이라는 현지의 사정을 고려해 심사 결과를 발표한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의 입장이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인도적 체류허가는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되 보충적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것"이라며 "인도적 체류허가는 이름과 달리 인도적인 결정이 아니다.취업 허가만 주어질 뿐, 의료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 교육을 받을 권리, 자유롭게 여행할 권리 등 모든 사회적 권리가 배제되어 있다.현 상태의 인도적 체류허가 제도가 유지될 경우 이와 같은 지위만을 받은 난민들이 한국 사회구성원으로 스스로 안전하게 정착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도적 체류 지위를 받은 23명의 예멘 난민들의 상황은 결과 발표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당분간 한국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만 확인된 것일 뿐 사실상 숨 쉴 자유 외에 아무것도 확보된 것이 없다.인도적 체류허가는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강제송환되어서는 안 되는 예멘 난민들에게 부여해야 하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지 최선의 결과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도적 체류허가를 포함한 정착지원 제도의 공백을 직시하고,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예멘 국적 난민들의 정착이 가능하도록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에 관한 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