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항공사가 수염을 기른 기장에게 '용모가 단정하지 않다'며 비행정지와 감봉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아시아나항공이 기장 A씨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고 결론 내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감급구제제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항공사는 고객 서비스 향상과 직원들의 근무기강 확립 등을 위해 취업 규칙을 통해 소속 직원들의 용모와 복장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도 "외국인 직원 이외 A씨 등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오늘날 개인 용모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수염을 기른다고 해 반드시 고객에게 부정적인 인식과 영향을 끼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타인에게 혐오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외모 및 업무 성격에 맞게 깔끔하고 단정하게 수염을 기른다면 고객 신뢰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기장인 A씨 업무에 항공기에 탑승하는 고객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히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지키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아시아나항공에서 퇴사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결론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장순욱)도 "운항승무원인 A씨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승객을 직접 마주하는 일이 거의 없고, 외국인 운항승무원들이 수염을 기른 채 근무했지만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호소한 승객은 없었다"며 "다른 항공사인 대한항공 소속 내국인 운항승무원은 수염을 기른 상태로 근무할 수 있다.남자 운항승무원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위헌?무효"라고 밝혔다.

2심 역시 아시아나항공이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의 경우에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내국인에게 적용하는 규정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국적을 유일한 기준으로 내국인과 외국인 승무원을 다르게 대우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2014년 9월 상사로부터 "턱수염을 기르는 것은 회사 규정에 어긋나므로 면도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따르지 않았다.

이에 회사 측이 29일간 비행업무 정지와 감급 1개월 처분을 내리자 A씨는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A씨 손을 들어줬고,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