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나쁜 선례’ 논란…갈등 불씨 남아"이제 교육청과의 갈등은 마무리하려고 합니다."강서특수학교(서진학교) 건립 협약서 사태는 지난 11일 시민단체 연합이 이같은 입장문을 내며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4일 해당 지역구 의원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강서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발표한 협약서에서 향후 인근학교 통폐합으로 남는 부지를 국립한방병원 건립에 최우선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힌 것이, 장애인 시설을 세우는 데 대가를 치르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의 면담 등을 거친 시민단체 측은 "특수학교의 지역사회 안착을 고려한 조 교육감의 선의를 이해했다"며 향후 학교 설립에 있어 교육청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당부하는 선에서 항의를 멈추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교육청의 이번 합의로 인근학교 통폐합이 기정사실처럼 되면서 당장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된 학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또 특수학교 설치는 당초 전적으로 교육감의 권한인데 이를 아무런 법적·행정적 권한이 없는 국회의원, 비대위 측과 합의하는 모양새를 취한 점 또한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무릎 꿇은 부모 "제발, 우리 아이 공부할 수 있게"강서구에 두 번째 특수학교가 들어설 수 있게된 건 1년 전 "내가 죄인이오"라며 무릎을 꿇은 부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는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 토론회’가 열렸다.

장애학생 부모인 장민희(47·여)씨는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쇼하지 말라"는 비아냥을 뚫고 다른 부모들도 하나둘 장씨 옆에 모여들어 자세를 낮췄다.

"여러분도 부모이시고, 저희도 부모입니다.지나가다 때리셔도 맞겠습니다"라는 이들의 외침에는 아이의 장애를 자기 탓처럼 여겨온 지난 10여년의 죄책감, 아이가 일반 학교에 다니며 받은 상처 등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여론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언론은 앞다퉈 이들을 ‘님비(Not in My Backyard·기피 시설 혐오)에 무릎 꿇은 부모들’이라 조명했다.

장애학생 부모들과 지역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배경에는 2016년 총선 당시 김 의원이 학교 용지에 국립한방병원을 짓겠다는 공약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퍼졌다.

들끓는 여론에 교육 당국이 움직였다.

당시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조 교육감은 잇따라 장애학생 부모들을 만나 장애인 교육권을 역설하며 특수학교 건립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3개월 뒤 교육부는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2018∼2022년) 계획을 발표하며 특수학교 학급을 대폭 확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나쁜 선례’vs‘아름다운 합의’‘무릎 호소’ 1년 뒤 강서특수학교 설립 추진은 현실이 됐다.

그러나 장애학생 부모들은 ‘대가성 합의’ 논란에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나경원 의원은 부모들이 무릎을 꿇은 지 딱 1년째 되는 날인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사회를 거꾸로 돌리는 강서특수학교 설립 합의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조 교육감과 김 원내대표, 비대위 대표가 손을 맞잡은 데 대해 "강서지역 숙원사업과 특수학교 건립을 맞교환했다"며 "한마디로 나쁜 합의, 있을 수 없는 합의"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수학교는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같은 정치인으로서 한없이 부끄럽다"며 김 원내대표를 저격했다.

앞서 나 의원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을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나 의원을 "지역 사정을 잘 모르는 분" "우리 당이긴 하지만 철딱서니 없는 어떤 분"이라 지칭하며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8일 페이스북에 "서진학교가 합의에 이르기까지 그 지난했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지역주민과 교육청이 어려운 소통 과정을 거쳐 서로 앙금을 털어내고 수용적 태도로 합의를 도출해 냈다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없다"며 ‘아름다운 합의’였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도 논란이 불거진 뒤 연이어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다.

그는 "특수학교는 건립 후에도 마을의 사랑을 받는 학교가 돼야 한다.그런 점에서 반대 주민들과의 앙금도 털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협의서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번 합의를 보며 ‘떼를 쓰니 떡 하나 더 준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테지만, 새로 떡(한방병원)을 드린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한다"라며 한방병원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고 거듭 해명했다.◆문 대통령의 눈물 "우리 사회는 따뜻한 마음 보여줬나""부모님들은 발달장애인들 처지를 호소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머리를 깎고, 삼보일배도 했다.그런 아픈 마음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한 번이라도 따뜻하게 마음을 보여줬는지 반성이 든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비쳤다.

청와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 행사에서였다.

평생 자립이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보건복지부·교육부·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강서특수학교 사태의 출발점이 된 ‘무릎 호소’를 언급한 것이다.

이번 대책은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 지원 대상 확대(소득 하위 30%→50%) △장애아전문 어린이집 60곳 신설(2022년) △통합유치원 및 특수학교 추가 설립 △중고교 발달장애 학생 가정에 방과 후 돌봄서비스 바우처(1일 2시간) 제공 등을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은 "제 임기 안에 발달장애인도 차별, 배제되지 않고 비(非)장애인들과 더불어 생활하며 행복할 수 있는 포용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