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공사를 방해하기 위해 공사부지 외곽 펜스에 걸어둔 현수막을 무단 제거한 호텔 대표가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가 확정됐다.

현수막 소유자의 승낙을 받지 않았으므로 재물손괴에 해당하지만, 가처분 등 법적 절차를 밟더라도 현수막을 치우지 않을 가능성이 클 때는 '무단제거'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T호텔 일본인 대표 S(62)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S씨는 2015년 T호텔 공사부지 외곽펜스에 최모씨가 걸어둔 "손해배상 약속을 이행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직원을 시켜 무단 제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이 호텔 사업권자였던 최씨는 2014년 대출채무를 제때 갚지 못해 이전에 체결한 '사업시행권 및 유치권 포기 및 양도각서'에 따라 S씨에게 호텔 사업권 등을 넘겼다.

이후 최씨는 부당한 사업권 양도라며 반발하면서 호텔 공사부지 외곽펜스에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취지의 현수막을 수차례 걸었다가 제거되는 일이 반복됐다.

1심은 "가처분 결정을 받는 방법과 같은 적법한 권리구제 절차를 거쳐 현수막을 제거할 수 있었다"며 S씨의 현수막 제거 행위를 정당하지 않다고 보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가처분 결정을 받더라도 최씨가 현수막을 지속적으로 설치할 가능성 커 가처분 결정의 실효성이 높아 보이지 않으므로 현수막 제거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