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이제 관심은 북·미 2차 정상회담에 쏠리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합의가 불충분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지만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회담을 염두에 두고, 비장의 핵 카드를 남겨 두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야에서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열려도 김 위원장이 여전히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로드맵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적인 성향의 뉴욕 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존 델러리 (John Delury) 연세대 교수가 쓴 ‘김정은은 꿈이 있다.

미국은 그의 꿈이 이뤄지도록 도와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김 위원장의 꿈은 북한의 경제 개발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김 위원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게 델러리 교수의 주장이다.◆북한의 박정희 꿈꾸는 김정은동아시아에는 스트롱맨이 ‘개발 독재’ 방식으로 국가의 경제 발전을 달성하는 전형적인 모델이 정착돼 있다고 델러리 교수가 지적했다.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 중국의 덩샤오핑 전 주석,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 대만의 장징궈 전 총통, 일본의 시게루 요시다 전 총리 등이 동아시아에서 경제 발전을 이끈 대표적인 스트롱맨이다.

델러리 교수는 "김 위원장의 전략과 전술이 동아시아에서 친숙한 이 전형적인 모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델러리 교수는 "김 위원장은 위대한 경제 개혁가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미국이 그런 김 위원장을 도와주는 것이 비핵화의 진전을 유지해 나가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국방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선군 정책’을 추진했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지난 2013년에 핵무기 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 정책’을 표방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올해부터 경제 발전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4월 문 대통령과의 첫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병진 정책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국가 아젠다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현지 지도를 통해 경제 발전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문 대통령의 방북 메시지문 대통령은 이번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들과 함께 방북했다.

한국 재벌 총수들의 방북을 통해 구체적인 남북 경협 청사진이 나온 것은 아니다.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대북 제재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어 북한에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는 대북 투자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델러리 교수는 "한국 재벌 총수의 방북은 한국이 북한과 주요 경협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도 북한의 ‘5.1 경기장’에서 15만 명의 북한 주민을 상대로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북한에 경제특구 신설, 남북 철도 연결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대북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남북 경협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델러리 교수는 "경제 제재와 압박으로 김 위원장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끌어냈을지 모르지만 이제 그것이 향후 진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델러리 교수는 "미국이 선별적 제재 유보 또는 예외 인정 등을 통해 대북 합작 투자 등을 유도해야 할 때가 왔다"면서 "미국은 김 위원장의 경제적 야심에 발맞춰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델러리 교수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지 알 길이 없지만, 그의 경제 발전 계획을 지원해주는 것이 그가 핵무기를 포기해야 할 이유를 찾게 하는 최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가 제시한 ‘북한의 미래’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아이패드를 꺼내 미국이 미리 제작한 비디오 ‘북한의 미래’ 를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외 관계를 개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발전된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당시 기자 회견에서 "북한이 바다에서 대포를 쏘는 대신 아름다운 해변에 세계 최고의 호텔을 지을 수 있다"면서 "부동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남한과 중국 사이에 땅을 가진 게 어떻게 나쁠 수가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회담이 끝난 뒤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면 미국 기업의 북한 투자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는 "미국민의 세금을 들여 북한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노하우와 지식, 공격적 투자자들이 북한에 스며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북한이 한국 못지않은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