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가 올해 추석에도 어김없이 대구 수성구청 찾아 쌀과 라면을 기부했다.

15일 수성구청에 따르면 키다리 지난 12일 오후 수성구민운동장에 쌀(10㎏) 2000포대와 라면 1220박스를 5t 트럭 2대에 가득 싣고 왔다.

그는 구청 관계자에게 선물을 전달하고는 신원을 밝히지 말아줄것을 신신당부하고 돌아갔다.

수성구청 키다리 아저씨의 선행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그 해 추석에 박씨 성을 가진 한 노인이 구청을 찾아 익명으로 20㎏ 쌀 500포대를 기부한 것. 이후 노인은 추석마다 쌀과 라면을 기부해왔고, 구청은 동화 ‘키다리 아저씨’ 주인공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그에게 이같은 명칭을 붙였다.

10년 넘게 이어져오던 선행은 2014년 노인이 별세하면서 중단되는 듯 했으나 아들이 5년째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총 16년간 2대(代)에 걸친 키다리 아저씨가 선행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구청측은 아들도 같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노인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평안도 출신으로 6·25 때 월남했고, 대구에서 양복지 도매상을 하면서 생활을 해왔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이후 아내와 사별한 뒤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베풀며 여생을 보내겠다’고 결심해 매년 쌀을 기부하고 있다고 전해질 뿐이다.

구청 관계자는 "키다리 아저씨가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며 "전달받은 쌀과 라면은 지역 내 경노당과 무료급식소, 어려운 이웃 등에 나눠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문종규 기자 mjk20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