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시카고 남부 미시간호변의 국립사적지 일부를 99년간 단돈 10달러(약 1만원)에 장기 임대해 개인 기념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또 기념관 단지 내 특급 골프장 조성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애용해온 간선 도로가 폐쇄된다.

18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시는 오바마 측이 유서깊은 시민공원 '잭슨파크' 내 8만㎡ 땅을 기념관 건립 부지로 마음껏 활용토록 하기 위한 조례 2건을 발의, 금주 중 시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오바마 재단 측과 협의를 진행해온 시청 관계자들은 "조례안을 작성 중이며 20일 시의회로 송부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시장이 주도하는 이번 입법은 두가지 내용을 명문화 하기 위한 것이다.

하나는 오바마 재단이 시카고 시에 10달러를 내고 기념관 부지를 99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오바마 기념관 단지 내에 특급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민들이 애용해온 간선도로 코넬 드라이브 일부 구간을 폐쇄하는 것이다.

잭슨파크는 1893년 개장해 1974년 미국 국립사적지로 지정된, 시카고 남부의 '오아시스'다.

시민감시단체 '잭슨파크 워치'(Jackson Park Watch) 공동 설립자 마거릿 슈미드는 "오바마 재단은 대체 불가능한 시민공원 8만㎡ 땅을 99년간 사용하는 대가로 10달러를 지불하겠다고 한다.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시카고 시 재정은 지극히 위태롭다.이번 일은 시카고 시가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넬 드라이브 폐쇄는 주민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오바마는 개장한 지 100년 넘은 잭슨파크 내 2개의 시립 골프장을 1개의 PGA급 골프장으로 재설계할 계획으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설계를 맡겼다.

하지만 주민들은 "극소수를 위한 특급 골프장 보다 주민들이 애용하는 6차선 도로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기념관 전례를 깨고 오바마 센터를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시스템에 속하지 않은 민간시설로 건립, 독자적으로 관리·운영할 예정인데, 기존 법령은 비정부 민간단체에 시민공원 이용 권한을 줄 수 없도록 되어있다.

공공신탁된 땅을 실질적인 대가 없이 빌려주는 것도 위법이다.

오바마는 애초 퇴임 직후 기념관 건립 공사에 착수, 빠르면 2020년 문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베일에 가려 추진되던 사업 계획안이 공개된 후 논란이 일면서 착공이 수차례 연기됐다.

오바마 기념관 건립 사업 계획안은 미국 환경정책법(NEPA) 및 사적지 보존법(NHPA)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연방 당국은 오바마 기념관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를 진행 중이며, 오바마 재단은 평가 결과가 나오는 내년 초에나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