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밥상머리'에선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전쟁 위험' '비핵화'가 최대 화두라는 점에서 남북 인사들이 마주앉아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만 꺼낼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19일 오후 12시 42분 옥류관에서 열렸던 오찬에선 한 편의 시트콤 같은 대화가 펼쳐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등 남북 정상 내외를 포함한 남북관계자 160여명이 이날 오찬에 참석했다.

연회장 내 가장 큰 테이블에는 문 대통령부터 시계방향으로 김 위원장, 리설주 여사,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리수용 부위원장,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김영철 당 부위원장, 김정숙 여사가 둘러앉아 함께 식사했다.

오찬 메뉴는 랭면(냉면)이었다.

#랭면 #수요미식회 #임종석리설주 여사와 유홍준 교수는 '랭면('냉면'의 북한식 발음)'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판문점 연회 때 옥류관 국수 올릴 때 있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로 우리나라 찾아오는 외국손님들이 다 랭면 소리하면서 랭면 달라고 한단 말입니다."리 여사는 4.27 판문점회담 이후 평양냉면 인기가 치솟았던 북한 상황을 전하며 "굉장했다.상품 광고한들 이보다 더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유 교수가 "서울에서도 유명한 평양냉면집은 1시간 이상 기다려야 먹었다"며 "아주 붐이 일었다"고 맞장구쳤다.

리 여사는 이날 함께 하지 못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떠올리기도 했다.

리 여사는 "(판문점 만찬 때) 제 옆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앉았는데 너무 맛있다고 두 그릇을 뚝딱(비웠다)"이라 말한 뒤 환히 웃었다.

그는 "오늘 못 오셔서 섭섭하다.오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리 여사는 "랭면 좀 하셔야지요" 라며 취재진에게도 얼른 먹어보기를 권했다.

한 기자는 "여기서 먹고 비교해보기 위해 서울에서 평양냉면을 일부러 먹고 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 교수는 "서울에서는 평양냉면 맛을 돋구려고 조미료를 살짝 넣는데 이 맛이 안 난다"며 "100% 육수 내기가 힘들다고 한다"고 비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오늘 많이 자시고 평가해 주시라"며 '원조 랭면'을 자부했다.

#들쭉술 #장수불로 #술부심"이거 병이 없으니 무슨 술인지 모르지 않니?"김 위원장은 '들쭉술'에도 강한 자긍심을 드러냈다.

그는 들쭉술이 담긴 잔을 가리키며 (술 이름이 적힌) 병을 보여주고 싶은 듯 했다.

김 위원장은 "어제 먹었다"며 들쭉술을 알아보는 유 교수에게 "나는 여러분에게 더 자랑하고 싶어서 말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내외를 각별하게 신경 쓰는지 알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

리 여사가 유 교수에게 들쭉술 건배 제안을 하자 김 위원장이 제지하며 "아직 시작 안 했는데"라고 말하자 "아니, 말씀들을 많이 하시니까"라고 대답했다.

이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내외의 건배가 있었다.

들쭉술은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들쭉나무 열매로 빚은 술이다.

붉은 빛에 들쭉 향이 강하게 난다.

북한은 외국에서 온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들쭉술을 내놓곤 했다.

들쭉술은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장수불로주'라 부르며 즐겨 마신 것으로도 유명하다.

#첫 경험 #배부른 #고민옥류관 평양냉면을 처음 맛본 이들은 배부른 고민에 빠졌다.

특별수행단으로 이날 오찬에 참석한 지코는 "평소 평양냉면을 굉장히 자주 먹는다"며 평양냉면을 처음 경험하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서울에 가면 이제 못 먹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래서 지금 되게 배가 부른데 한 그릇 더 할까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늘 먹어왔던 평양냉면의 극대치, 최대치를 생각하고 먹었는데 전혀 다르다"는 감상을 전했다.

그는 "밍밍한 맛을 생각했는데 맛은 확실히 느껴지되 자극적이진 않다.굉장히 균형잡힌 맛"이라고 표현했다.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역시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먹는 일은 처음이었다.

그는 "우레옥에 가서 냉면을 먹었을 때 5번 먹었을 때까진 맛을 몰랐다"며 "그래서 그런지 약간 싱겁다는 느낌은 있는데 음미해보면 깊은 맛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