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외교에 돌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유엔 총회에서 북한 문제 등을 주제로 연설한다.

그는 유엔 총회 참석 기간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데리사 메이 영국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는다.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유엔 외교 무대를 ‘스피드 데이트’(speed date)라 불렀다.

독신 남녀가 애인을 찾으려고 여러 사람을 돌아가면서 잠깐씩 만나도록 하는 행사가 스피드 데이트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팅 중에서 문 대통령과의 세션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외교가의 시선은 24일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 집중돼 있다.

문 대통령이 18∼20일 이뤄진 북한 방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눈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밀담’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로드맵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북핵 문제는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정부의 강·온 두 기류제3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트럼프 정부에서는 두 가지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진전이 이뤄졌다"고 극찬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미 후속 협상 재개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팀 실무진은 남북 정상회담이 화려한 쇼에 불과하고, 북핵 문제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NYT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김 위원장과의 최근 만남 내용을 전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시설 폐쇄 등을 약속한 회담 결과를 환영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미국 정부 관리들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 제조 공장을 포기하는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좌절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햇볕정책’이라고 부른다.

NYT는 "이것은 결코 칭찬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문 대통령을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남북 화해와 협력 정책이 트럼프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시스템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이 북한을 대신해 미국 조야에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 선언을 받아들이도록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조윤제 주미 대사는 미국 의회 의원들과 언론인들을 연쇄 접촉하면서 김 위원장이 오랫동안 바라고 있는 종전 선언 문제를 미국 측이 양보하도록 ‘조용한 로비전’을 전개하고 있다.

NYT는 "조 대사가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했기 때문에 미국도 현재의 평화 프로세스가 계속 진전될 수 있도록 종전 선언과 같은 제스처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조 대사가 서방 국가들과 외교 관계가 없는 북한 정부의 최고 대표자가 됐다"고 평가했다.◆북한 완전 파괴 vs 멋진 편지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첫 유엔 총회 데뷔 무대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초강경 대북 경고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 핵·탄도 미사일 도발을 계속했던 북한에 군사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로켓맨은 자신과 정권에 대한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이에 맞서 태평양 대기 중에서 핵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연설에서 대북 외교 성과를 내세우며 북핵 문제가 자신의 노력으로 해결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특히 김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친서 외교’로 트럼프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미주리 주에서 열린 대중 집회 연설을 통해 "김 위원장이 이틀 전에 아름다운(beautiful) 편지 한 통을 보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 기자들을 가리키며 "저들은 편지에 어떤 내용이 들었는지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일 것"이라며 "나중에 언젠가 저들에게 보여줄 것이지만 멋진 편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말 멋진 편지였고 우리 관계가 좋다"고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에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으로부터 3일 전 엄청난 서한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지난 16일과 19일에 연속으로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외교 관례를 볼 때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게 답신 형식으로 친서를 보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