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로 정국경색… 남은 재판관 3명 임명 난항 겪을 듯헌법재판소가 유남석 헌재소장 취임과 동시에 헌법재판관이 정원(9명)보다 3명이나 적은 ‘6인체제’로 오그라들었다.

비율로 따지면 완전체(100%)일 때의 약 67%에 불과한 셈이다.

일부 재판관 공백 해소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지난해 탄핵심판 직후처럼 헌재의 기능 차질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이틀간 ‘식물 헌재’ → 겨우 ‘6인체제’ 회복23일 국회에 따르면 원래 지난 20일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 몫인 김기영(더불어민주당 추천)·이종석(자유한국당 추천)·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여야 이견으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하며 표결을 하지 못했다.

헌재 관계자는 "국회 스스로가 추천한 후보자들인 만큼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솔직히 충격이 크다"고 전했다.

헌재는 지난 19일 이진성 전 헌재소장 등 5명의 재판관이 동시에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이틀 동안 재판관이 4명뿐인 ‘4인체제’로 비상 운영됐다.

재판관 정원 9명 중 과반수인 5명이 공석이 된 것은 1988년 헌재 출범 후 30년 만에 벌어진 초유의 일로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상태’에 빠졌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하자마자 유 헌재소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또 대법원에서 지명한 이석태·이은애 재판관도 서둘러 임명 절차를 밟으며 헌재는 가까스로 헌재소장을 포함한 ‘6인체제’가 됐다.◆뜻밖의 정국경색… 국회 본회의 ‘함흥차사’하지만 6인체제도 위헌 결정 등 중요한 판단은 내릴 수가 없는 등 활동에 온갖 제약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추석 연휴와 국회의 복잡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국회 몫 재판관 3명의 공백 해소는 빨라야 10월 초에나 가능하고 정국이 꼬이면 그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특히 한국당은 추석 연휴 개시 직전에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진수)가 자당 소속의 5선 중진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심재철 의원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에 격분한 표정이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심 의원 보좌진이 정부 비공개 예산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고 유출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에서 비롯했다.

한국당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의 정부 비판과 견제를 무력하려는 의도에서 비롯한 탄압 내지 보복으로 여긴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재판관 후보자 3인의 임명동의안 표결처리 역시 차일피일 지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헌법기관까지 정쟁 볼모 삼아서야" 탄식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 또는 선출하는 재판관이 제때 임명되지 않아 헌재가 곤란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부분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지연되거나 후보자 지명 또는 추천, 선출 자체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재판관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으면 청문 절차 등을 위해 최소 퇴임 1개월 전에는 후임자를 지명 또는 선출하는 게 그간의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국회와 대통령의 인선이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에야 마무리돼 너무 늦었다.

한마디로 헌재가 지금처럼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정치권 책임이 크다는 뜻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재 결정은 국가 운영이나 국민의 기본권 및 삶과 직결되는 만큼 헌재 업무에 공백이 생겨선 안 된다"며 "국회는 재판관 3명의 공석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본회의 표결을 서둘러야 한다.또 이런 사례가 되풀이하지 않도록 퇴임 재판관 후임자 후보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