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속 현금을 꺼낸 것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해지는 시대가 오더니 어느새 실물카드마저 긁을 일이 없어졌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눈 깜짝할 사이 해치울 수 있는 ‘간편결제’의 활약 덕분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IT(정보기술) 강국답게 간편결제 종류도 다양해서 입맛대로 고를 수도 있다.

삼성페이와 엘지페이 등은 단말기 자체가 신용카드 여러장을 담은 ‘지갑’이 되며 카카오페이, 페이코, 서울페이(가칭) 등은 QR코드를 활용한 오프라인 간편결제를 제공한다.

성장세도 엄청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간편결제서비스 이용금액은 일 평균 1174억2000만원(362만7000건)에 달했다.

전기 대비 이용 건수는 26%, 금액은 17.4%가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16년 1분기만 해도 하루 50만건을 넘지 못했는데 2년여 만에 이용 건수는 7배, 금액은 10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가맹점을 빠르게 늘린 카카오페이는 서비스 출시 약 3개월 만에 10만개 이상 가맹점 신청을 확보하고 월간 거래액이 2조원에 육박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하지만 최근 이런 간편함이 손쉽게 붕괴되는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다.

도심의 한 편의점에서 여느 때처럼 삼성페이로 결제하려는데 점원의 낯빛이 심상찮았다.

그날 해당 프랜차이즈의 인터넷 연결에 일제히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애꿎은 점원은 특별한 방편 없이 내 휴대폰을 이리저리 갖다 댈 뿐이었지만 랜선이 끊겼는데 결제가 될 리 없었다.

그는 이미 여러 번 통화를 한듯한 분위기로 다시 한번 본사에 항의전화를 넣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다.

잠깐의 외출 땐 휴대전화만 들고 다닌 지 오래라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뒤 이어 들어온 손님들도 현금결제만 된다는 소리에 모두 발길을 돌렸다.

그러니까 저토록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핀테크’도 한순간에 말짱 도로묵이 되는 것이었다.

‘연결성’이 키워드가 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지만 그 편리함만큼 위험부담도 함께 안고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같이 연결되자는 것이 모토인지라 어느 한곳에 구멍이 뚫리면 모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편리함을 누리는만큼 그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해야만 하는 것일까.정지혜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