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국내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아마존 '에코'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 AI 스피커 '구글 홈'이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던 다수의 토종 업체와 구글의 싸움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전 예약을 진행했던 구글 AI 스피커 '구글 홈'과 '구글 홈 미니'가 지난 18일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처는 구글 스토어와 이마트·하이마트·지마켓·옥션 등 주요 온·오프라인 채널이다.

외국 업체의 AI 스피커가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은 '구글 홈' 국내 판매 추이와 관련해 에 "'구글 홈'에 대한 한국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국내 시장 진출은 이미 예견됐다.

구글은 지난해 '구글 홈'의 기반인 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해 한국어 인식률을 높이는 작업을 거쳤다.

그리고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구글 홈'을 내놨다.

'구글 홈'의 한국어 인식률과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이 기존 토종 업체 제품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구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글 홈'을 직접 시연했다.

이를 지켜보는 취재진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자리에서 미키 김 구글 아태지역 하드웨어 사업 총괄 전무는 "'구글 홈'은 사용자의 언어를 인식해 해당 언어로 답변하는 '다중 언어'와 목소리를 구별하는 '보이스 매치' 기능 등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홈'의 다중 언어 기능은 한국어·영어·독일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일본어 중 두 가지 언어를 선택하면 '구글 홈'이 사용자가 말하는 언어를 스스로 인식해 해당 언어로 답변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다중 언어가 다문화 가정과 '구글 홈'을 통해 다른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유용한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보이스 매치'는 쉽게 말해 화자 인식 기술이다.

사용자 음성을 '구글 홈'이 구별해 그 사용자에게 맞는 답변을 하는 방식이다.

'구글 홈'은 최대 6명의 사람을 음성으로 구분해 개별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현재 이 기술은 '구글 홈'만 지원하고 있다.

KT는 올해 하반기 '보이스 매치'와 비슷한 화자 인식 기술을 자사 AI 스피커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토종 업체 입장에서 '구글 홈'이 위협적인 이유는 구글이 갖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세계 무대에서 AI 기술력을 선도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국내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은 국내 AI 스피커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세계 AI 시장에서 보면 선두권에 있는 기업이다.

한 AI 스피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에서 토종 업체들이 구글에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고객들 사이에서 토종 업체들의 제품은 구닥다리 제품이고, 새롭게 공개된 구글의 '구글 홈'은 트렌디한 제품으로 여겨질까 봐 걱정이다.'AI라고 하면 구글'이라는 인식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밝혔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구글 홈'의 점유율은 27.6%다.

이는 아마존 '알렉사'(41%)에 이어 두 번째다.

구글은 아마존(2014년 '에코' 출시)과 비교해 늦은 2016년 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놀라운 시장 장악력을 보여주며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구글 홈'은 글로벌 225개 협력사 제품 5000여 개를 제어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제품과의 연동성은 제한적이다.

구글은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LG전자를 중심으로 경동나비엔·코웨이·한샘 등과 손을 잡았다.

국내 스마트홈 생태계 장악을 노리는 구글은 개방형 전략을 통해 협력사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구글 홈'의 등장으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네이버·카카오 등 AI 스피커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토종 업체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최근 토종 업체들은 '구글 홈'을 의식한 듯 기존 AI 스피커에서 사용성을 높이고 기능을 추가한 2세대 제품을 내놓고 있다.

주 사용처인 음악뿐 아니라 쇼핑·금융·의료 등에서 자사 AI 스피커가 활용될 수 있도록 제휴를 통해 발을 넓히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구글 홈'과 토종 업체의 제품 간 싸움이 '음성인식률'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과 사용자를 연결하는 음성인식 능력은 AI 스피커의 핵심이자 기본이다.

일단 소통이 원활해야 구글·토종 업체가 노리는 '스마트홈'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앞서 국내 AI 스피커 시장의 성장이 더딘 이유로 제품의 음성인식 수준이 사용자의 기대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리서치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AI 스피커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49%에 그쳤다.

불만족 이유로는 '음성 명령이 잘 되지 않는다(50%)' '자연스러운 대화가 곤란하다(41%)' '소음을 음성 명령으로 오인한다(35%)' 등이 거론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조사에서도 사용자들은 AI 스피커를 통해 '쉽고 편한 음성 음식 기능(46.3%)'을 가장 기대했다.

하지만 사용 중 느낀 불편으로 '음성인식 미흡(56.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내 말을 잘 알아듣네'라는 '좋은 경험'을 누가 먼저 제공하느냐가 AI 스피커 시장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지금까지 AI 스피커는 좋은 경험보다 실망감을 안긴 측면이 있다.향후 이런 좋은 경험을 구글이 제공할 수 있을지, 토종 업체들이 제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도 오는 11월 AI 스피커 '갤럭시 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면 국내 AI 스피커 시장을 둘러싼 구글과 토종 업체 간 또는 선발주자와 후발주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