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숨가쁜 비핵화 협상 촉진 외교는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24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북·미 간 줄다리기로 비핵화 협상테이블이 엎어질 위기에 처하자 중재자로 나선 문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섯번째 회담에서 협상을 다시 가동시키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1시간 25분 동안 진행된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평양에서 직접 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그 내용은 이날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2021년 1월)’로 비핵화 시한을 제시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조치와 미국에 요구하는 대응조치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회담 재개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온 대북 관련 구체적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확언한 것을 빼면 두드러지는게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서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2차 북·미회담이 6·12 싱가포르 회담과 비슷한 형식으로 장소만 다른 곳에서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섯 문장으로 발표된 백악관의 정상회담 평가는 더욱 신중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호평했으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선 아직 많은 일이 남아있음을 지적했으며, 두 정상은 비핵화가 경제 번영·평화의 유일한 길임을 북한이 이해하도록 기존 제재를 강력히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합의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정상회담장에서 나온 문 대통령 발언과 청와대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회담에서 한·미는 그간 미국이 소극적이었던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 특히 종전선언 방안까지 깊숙이 논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담에 배석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결과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계속 견인해 나가기 위해 미국 쪽의 상응조치를 포함한 협조방안에 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견인하는 방안들에 대해서도 계속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선-비핵화, 후-보상’을 강조하며 단계별 상응조치를 논의하는 것조차 꺼렸던 미국 태도가 변한 것을 뜻한다.

문 대통령이 이날 김 위원장과 협의한 비핵화 단계별 액션플랜을 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한 것이란 풀이도 가능하다.

특히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종전선언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까지 예정된 상황에서 그간 비핵화협상의 교착점이었던 종전선언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방북 결과 대국민보고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똑같은 말을 두고 개념들이 좀 다른 것 같다"며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겠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그 개념을 설명했다.

따라서 주한미군 주둔 등의 쟁점과 별개이며 김 위원장도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종전선언 당위성과 그 시기 등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비핵화시 얻을 수 있는 ‘밝은 미래’를 보여주기로 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북한의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확신한다.또 김 위원장과 북한 국민이 그 잠재력이 실현되는 것을 원한다고 믿으며,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문 대통령에게 ‘비핵화를 조속히 마무리짓고 경제 발전에 전념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김 위원장에 호응하는 발언이다.

북한에 절실한 대북 제재조치 완화가 비핵화 단계별 보상방안으로 제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께서 평양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함으로 해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관계가 새롭게 동력을 얻게 되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회담이 대단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회담"이라고 설명했다.

뉴욕=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