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은 평소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지만 이른바 ‘능구렁이’ 같은 구석이 있다.

오죽하면 별명도 ‘곰탈여우(곰의 탈을 쓴 여우)’다.

곰 같이 투박한 외양과 달리 머리회전이 빨라 속은 영락없는 여우라는 뜻이다.

25일 정규시즌 정상을 탈환한 김 감독은 마침내 ‘곰의 탈’을 벗고 활짝 웃었다.

이날 두산은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과의 홈경기에서 13-2 대승을 거뒀다.

86승 46패가 된 두산은 남은 1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은 단일리그제 기준 1995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이 통산 3번째다.

앞서 두산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과 1995년, 2001년, 2015년, 2016년까지 5차례 우승했다.

두산은 올해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OB 시절 포함)에 도전한다.

정규시즌 1위 팀은 27번의 한국시리즈 가운데 23차례 우승했다.

확률로 따지면 85%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 두산은 남은 12경기에서 8승을 거두면 2016년 수립한 한 시즌 최다승(93승) 기록까지 넘어선다.

1회초 이정후와 서건창에게 연달아 2루타를 맞고 1점을 내준 두산은 1회말 곧바로 반격에 성공했다.

최주환의 단타로 만든 2사 1루에서 김재환이 중견수 앞 안타로 1, 2루 기회를 만들었고, 양의지가 2루타로 가볍게 1-1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2사 2, 3루에서는 김재호가 좌익수 앞 안타로 주자 2명을 모두 홈에 불렀다.

이때 김재환은 시즌 100득점째를 올려 KBO리그 최초로 30홈런과 100타점, 100득점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가 됐다.

5회초 1사 3루에서 서건창에게 적시타를 내줘 3-2, 1점 차 추격을 허용한 두산은 7회말 빅이닝을 만들어 정규시즌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두산은 정수빈과 허경민의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최주환이 1타점 좌중간 안타를 터트렸다.

두산은 8회말 김재환과 김재호, 오재일의 적시타를 묶어 4점을 달아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두산 선발 이용찬은 5이닝 7피안타 2볼넷 8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14승(3패)째를 거뒀다.

2016 시즌 김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2년만에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룬 역대 세 번째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삼성의 선동열(2005~06)과 류중일(2011~14) 전 감독만이 이같은 대업을 이뤘다.

남다른 선수단 장악력으로 이름이 높았던 김 감독은 훈련에서만큼은 선수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선수들에 신뢰를 보내며 간섭을 최소화하고 그들이 스스로 돌파구를 찾도록 이끄는 것이 김 감독의 리더십이다.

경기 뒤 김 감독은 "후련하고 좋다.우승을 확정 짓기까지 선수와 코치진 너무 고생했다"며 "감독은 한 게 없다.선수들이 너무 수고 많았다"고 공을 돌렸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