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각종 선물을 택배로 보내는 이들이 많아진 가운데, 이름·주소·전화번호가 인쇄된 운송장이 붙은 채로 버려진 택배 상자들이 발견돼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세계일보가 최근 추석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 아파트 단지 3곳을 돌며 관찰한 결과, 2곳에서 택배 운송장이 붙은 상자 여러 개가 발견됐다.

때마침 해당 아파트들은 재활용품 배출일이어서 단지 출입구 근처에 상자 수십개가 쌓여 있었다.

아파트 동·호수는 기본에 휴대전화 번호도 남아서 마음만 먹으면 범죄에 악용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기자가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상자를 살피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동안 수상하게 여기거나 제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배달 단계에서 연락을 위해 전화번호가 인쇄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버리는 과정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될 일이지만, 신경 쓰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명절마다 ‘택배 운송장 폐기’를 포함한 개인정보 보호수칙을 제시해왔지만 상황은 과거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설마 별일 있겠어?’라는 생각에서 벌어진 현상이다.

과거 부산에서 택배 운송장에 남은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보고 택배기사로 위장해 강도짓을 벌인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남성은 같은 수법으로 두 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들은 택배기사라는 말에 전혀 의심하지 않고 문을 열어줬다가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전화를 걸어 범행을 저질렀다"며 "택배 상자를 버리기 전에 반드시 운송장을 떼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인정보보호 강화 움직임이 일면서 안심번호를 쓰는 업체가 점점 늘어났다.

안심번호는 물건 구매 단계에서 고객이 원할 경우 자기 전화번호 대신 가상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 택배 이용 시, 한 번 사용한 안심번호는 열흘간 유지되다가 폐기된다.

하지만 안심번호에도 부작용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전화번호가 누군가의 안심번호로 연결되었는지, 사지도 않은 물건이 온다는 전화를 택배기사에게 받는다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물들이 관찰된다.

안심번호 오류지만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볼 수 있다.

무료로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발신 시 택배기사에게 요금이 부과된다는 소식이 지난해 알려지면서 안심번호를 쓰지 말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편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심번호는 서비스 업체와 판매처가 계약해서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식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운송장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늘 제기되어왔다"며 "정보는 받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 사이에서만 발생하고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전화번호나 주소가 인쇄된 운송장은 상자에서 떼어 잘게 찢은 뒤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택배 운송장 제거 방법을 제시한 게시물도 볼 수 있다.

이들은 운송장에 아세톤 붓는 방법을 가장 많이 추천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