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포스코가 강성인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기존 노조를 지원하라고 지시해 논란이다.

기존 노조는 조합원이 9명에 불과, 민주노총의 포스코지회 설립에 맞서 세 확대가 절실했던 상황. 복수노조가 설립된 사업장에서 회사가 특정 노조를 지원하는 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26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민주노총에 따르면 포스코는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23일 오후 경북 포항 포스코 인재창조원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포스코 노무협력실 산하 노사문화그룹이 주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노조)는 회사가 노조와 관련한 대책 회의를 연다는 제보를 받고 회의장을 급습했다.

노조는 지시사항 등이 적힌 문건과 수첩 등을 확보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몸싸움도 빚어졌다.

포스코가 민주노총 소속의 새 노조를 비방하고, 기존 노조를 지원하라는 지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노조는 '조합 가입 부서 확대', '비대위 가입 우수 부서(본사와 제철소) 발굴'이라는 내용의 지시사항이 회의실 칠판에 적힌 것을 확인했다.

이는 포스코노조 비상대책위원회(옛 포스코노조·이하 비대위) 가입을 장려하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비대위 가입 현황을 직원이 참여하는 SNS 단체대화방에 홍보하라는 지시도 칠판에 적혔다.

부서간 경쟁을 부추겨 특정 노조를 지원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 내용을 종합하면 포스코는 새 노조의 세력 확대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회사에 우호적인 기존 노조를 지원해 신규 노조를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이는 대표적인 노조 탄압 사례다.

노조법에 따라 복수노조 사업장은 2년마다 교섭대표노조를 정해야 한다.

관건은 조합원 수로, 전체 조합원 중 과반 이상이 가입한 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는다.

민주노총의 신규 노조 설립으로 기존 노조와의 조합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기존 노조를 지원한 것으로 의심된다.

최근 포스코는 노조 문제로 시끄럽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총 모두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놓고 경쟁에 돌입했다.

포스코는 8월 기준 직원 수가 1만7076명인 대규모 사업장이지만, 상급단체가 없는 기업노조 체제로 유지됐다.

이마저도 조합원 수가 9명에 그쳐 활동이 뜸했다.

노사문제는 노경협의회가 주도했다.

어용노조 비판 속에 올해 민주노총 포항지부에 직원들이 가입하면서 새 노조가 출범했다.

이후 기존 노조 집행부가 탈퇴, 한국노총 금속노련에 가입했고 현재 비대위 체제다.

포스코도 본격적인 노조 대응에 나섰다.

노조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4월 새 노조 설립 움직임이 감지되자 노무협력실 산하에 노사문화그룹을 신설했다.

노조가 입수한 문건에는 포스코의 노무관리 기조도 드러난다.

문건에는 "강성 노조는 선거시 특정노조 지지 등 근로자 권익 향상과 무관한 활동을 추진한다" 등의 비하 내용도 담겼다.

현대차와 현대제철 노조를 빗대 비난한 내용도 있다.

문건은 최근 노무 담당자 교육용으로 작성됐다.

노조는 "우리가 만든 논리가 일반 직원에게 전달되는지 안 되는지 시범부서를 조직", "제철소장이 해야. 미션 분명히 줘야"라는 내용의 메모도 입수했다.

노조 관계자는 "반노조 시나리오는 최고 경영진과 교감 없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연휴기간 전기시설 보수로 노무협력실 직원 3명이 인재창조원 임시 사무실에서 근무했다"며 사건 본질을 "무단 침입", "문서 탈취", "폭력"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유로운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있으며, 특정 노조에 대해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있다"고 강변했다.

한국노총 소속인 비대위도 당혹감을 나타냈다.

비대위는 "사측의 행동으로 한 순간 어용으로 매도된 데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