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재자 외교’ 의미/협상교착 ‘美 조야 北 불신’탓 진단/김정은 경제발전 전념 심정 전해/美 정계·언론 상응조치 필요 역설/백악관 “비핵화 아직 과제 많아”/北에 구체적 당근책은 제시 안 해 26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참석을 끝으로 마무리된 문재인 대통령의 두 번째 미국 뉴욕 방문은 북·미 비핵화 협상 촉진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3박5일간의 방미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국 여론 주도층과 언론을 만나 북한 비핵화 의지와 한반도 평화체제 비전을 설파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역사적인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후 미국으로 직행한 문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촉진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둔 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정성’과 종전선언 필요성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다.

비핵화 협상 교착 원인을 미국 조야(朝野)에 팽배한 북한과 그 지도자에 대한 불신, 비핵화에 따른 북한 체제의 불안 우려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각종 연설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핵화를 빨리 마무리짓고 경제 발전에 전념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심정을 대신 전했다.

또 종전선언이 기존 체제 변경이 필요 없는 ‘정치적 개념·선언’에 불과하지만 북한 비핵화의 첫 상응조치로 꼭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연합사 해체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극적 태도로 돌아선 미국 정계를 설득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중재 노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조속한 개최’란 성과로 연결됐다.

다만 종전선언 등 비핵화 협상에 다시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상응 조치’가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북한이 실시했거나 약속했던 비핵화 관련 조치에 미국이 내놓을 ‘당근’은 아직 나오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한·미 정상이 최대 관건인 종전선언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점은 의미가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이 빠른 시기에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고 이런 공감대가 남·북·미 간에 형성됐다며 연내 종전선언 성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문 대통령은 북한이 계속 요구하고 있는 ‘상응조치’에 대해서도 "미국이 북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라며 구체적 방안을 직접 제시했다.

북·미 간 예술단 및 경제시찰단 교류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영변 핵시설 폐기를 참관하기 위한 미국의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그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은 북·미 정상과의 사전 교감 없이 공개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상응조치에 대해 함구해온 점을 감안하면 북·미 정상과 어느 정도 교감한 후 중재자로서 먼저 운을 뗐을 개연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이 취하는 조치는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인데 언제든지 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선언을 취소할 수 있다"면서 "설령 제재를 완화하더라도 북한이 속이거나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중재의 최종 결과는 조만간 이뤄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방북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북·미 모두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바라고 있다.

다만 미국은 아직 ‘선비핵화·후보상’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백악관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 아직 많은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를 위해선 기존 제재의 강력한 집행이 중요하다는 데 양국 정상이 합의했다"고 청와대와 결이 다른 내용으로 발표했다.

비핵화 협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뉴욕=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