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韓·日 정상회담 개최 / 일본인 납치 문제로 장기간 교착 / 北·日간 물밑접촉 가속화 가능성 / 아베, 유엔서 北압박 거론 안 해 / 국교 정상화 의지 강력하게 피력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방북(18∼20일) 결과를 설명하면서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등 북·일 간 대화와 관계 개선을 모색해나갈 것을 권유했으며, 김 위원장 역시 적절한 시기에 일본과 대화를 하고 관계 개선을 모색해나갈 용의를 밝혔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뉴욕 현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아베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필요성 언급에 대해 문 대통령의 전언(傳言) 형식이기는 하나 김 위원장의 반응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인 납치 문제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북·일이 물밑 접촉을 가속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를 해결하고 북·일 간 대화와 관계 개선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자 한다"며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아베 총리는 오후에 진행된 유엔 총회 연설에서 대북 압박 강화 대신에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일본 뉴스 전문 채널인 NNN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나도 북한과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며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의 내용은 지난해 아베 총리가 유엔 총회에서 전체 연설 분량의 80%가량을 할애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강하게 비난하고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한 압력 강화를 호소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이번 연설에서는 북한 관련 내용이 전체 분량의 10%가량으로 줄었고 압력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문 대통령의 전언에 대해 "일본에서 적절한 시기라고 한다면 올바른 때라는 의미다.내일일지도 모르고, 수년 후일지도 모른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일본과 대화를) 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일 관계와 관련해 26일 ‘과거 죄악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일본은) 과거 죄악에 대한 성근한(성실하고 부지런한) 반성과 사죄, 배상을 하지 않고서는 국제사회에서 떳떳이 살아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도쿄·뉴욕=김청중 특파원·박성준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