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지원 받는 사립 유치원도 국공립처럼 회계 감사해야” / 운영 비리 명단 공개 후폭풍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이른바 ‘사립유치원 비리’ 명단의 후폭풍이 거세다.

명단에 포함된 일부 유치원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원생들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제멋대로 유용하는 등 심각한 비리 행태가 드러나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를 중심으로 성난 목소리와 함께 비리 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개된 비리 사례를 놓고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주장과 일부 잘못을 대다수 사립유치원 문제로 매도해선 곤란하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국공립 유치원 선호 현상에서 보듯 사립유치원이 불신을 받은 지는 오래다.

‘누리과정’ 지원비 등 매년 2조원 가까운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15일 교육부와 교육청 등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을 향한 국민적 불신을 걷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제대로 된 회계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사립유치원의 부정 비리가 대개 돈 문제와 연관 있는 데다 고의든 아니든 회계처리를 불투명하게 하는 유치원이 상당한 탓이다.

현재 국공립과 사립 초·중·고교, 국공립 유치원은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으로 회계 관리를 하고 있지만 사립유치원은 예외다.

대다수 사립 유치원의 규모가 일반 학교나 국공립 유치원보다 훨씬 작고 재무회계업무를 관리할 직원을 따로 두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 때문에 자율적으로 민간 회계시스템을 활용하거나 만 3∼5세 아동에게 보육비를 지원하는 누리과정(2012년 3월) 도입 전과 같이 원장 등이 주먹구구식으로 회계업무를 병행하는 곳도 적지 않다.

매달 유아학비 22만원과 방과후과정 지원비 7만원을 비롯해 50만원이 넘는 교사처우 개선비 등 올해에만 1조8300억여원의 혈세가 사립유치원에 투입됐지만 회계 투명성과 전문성 확보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이 탓에 일부 부도덕한 유치원 운영자가 원생 수를 조작하는 등 갖가지 수법으로 자신의 배를 불려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지방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과연 교육기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유치원이 있다"며 "하지만 관할 지역과 유치원 수에 비해 담당 인력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감사와 적발에 한계가 많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부정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회계·감사 시스템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처음학교로’(온라인 유치원 입학관리 시스템) 보완과 사립유치원의 참여 의무화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처음학교로는 학부모가 온라인으로 손쉽게 유치원 정보를 검색하고 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인데, 모든 국공립이 참여한 것과 달리 사립 유치원 참여율은 5%도 안 된다.

전국 17개 시도 중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역도 서울·세종·강원 3곳뿐이다.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유치원들의 입김이 워낙 세서 선출직 인사들이 조례 제정을 꺼린다"며 "조례를 제정해도 현재로선 실효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재정지원과 연계해 유치원 입학 신청과 등록을 처음학교로에서만 하도록 하고 운영 시스템도 통합하면 사립유치원의 투명성과 학부모들의 편의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측은 "사립유치원 아이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게끔 지원을 강화하고 싶어도 부정 비리 논란이 걸림돌"이라며 "반드시 이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