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장애인AG 금53·은45·동46/원정대회 최초로 종합 2위 쾌거/냉혹한 현실에 맞선 ‘열정’ 빛나/사회 관심·세심한 지원은 아쉬움시퍼런 바다가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 날개가 물에 젖어 돌아온 ‘흰 나비’를 아실 겁니다.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는 냉혹한 현실에 맞서는 나약한 우리네 삶을 이야기합니다.

날개를 파르르 떨며 숨죽여 신음하는 그의 이미지는 연민을 자아내죠.나비가 끝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해묵은 호기심에 살짝 힌트를 던져준 선수가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서 핸드사이클 2연속 2관왕을 거머쥔 ‘철녀’ 이도연(46)입니다.

그는 "그대로 주저앉아 나약하게 구는 장애인이 가장 불쌍하다.한 번뿐인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데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직업군인을 꿈꿨을 정도로 당찬 소녀였던 그는 불의의 추락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습니다.

남편과 헤어진 뒤엔 세 딸을 홀로 업어 키웠죠. 매일이 눈물 바람이던 이도연은 손에 페달을 쥐고 아시아에서 제일 날쌘 선수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애달픈 ‘나비’들의 날갯짓은 제대로 태풍을 일으켰습니다.

한국 선수단은 13일 폐회식을 끝으로 작별을 고한 장애인아시안게임서 원정 대회 최초로 종합 2위(금53·은45·동46)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쾌거에도 장애인체육의 앞날엔 암초가 많습니다.

이번 대회는 개최국 현지 3곳을 포함해 전 세계의 중계사가 도합 12곳뿐으로 ‘그들만의 리그’ 티를 벗지 못했죠. 여기에 국가대표로 뽑혀도 부족한 예산 탓에 일부 종목은 공식 훈련기간이 100일 남짓으로 턱없이 적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회 도중 잡음도 있었습니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일부 선수가 시각장애 종목에 출전해 자격 논란이 불거졌죠. 한 장애인체육 관계자는 국내의 후한 등급 판정에 대해 "체육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열악한 상황에서 성과를 내야 지원을 받기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성난 파도를 이겨낸 인간 승리 드라마는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뒤안길에 산적한 장애물에 ‘나비’들의 날개는 눈물에 젖어 무겁습니다.

그들에게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더불어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더해진다면 희망찬 날갯짓을 더욱 오래 지켜볼 수 있을 듯합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