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보낼 수밖에 없죠."경기도 동탄신도시 환희유치원 A원장의 비위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용했던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교비로 명품 가방, 독일 벤츠 자동차 구입도 모자라 아파트 관리비 등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인용품점에서도 사용했다.

부모들은 이런 비위를 저지른 원장에게 항의하려 했지만, 그는 자리에 없었다.

놀란 가슴을 벌렁거리면서도 맞벌이 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들을 유치원에 다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며칠 사이 이 동네는 A원장의 비위 사실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15일 오후 가 찾은 환희유치원 앞은 전날(14일) 원장의 비위 사실이 밝혀져 학부모들이 집회를 여는 등 분위기가 심각했던 것과 달리 조용했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유치원 정문 철창은 굳게 닫혔다.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겠다는 모습이었다.

환희유치원 지역 주민 B씨(여)는 이날 의 취재 요청에 "그래도 아이들이 등원한 이유는 환희유치원의 등원은 주변 유치원들과 달리 조금 일찍, 그리고 하원은 최대 오후 6시 30분까지로 맞벌이 부부에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오늘도 아이들이 유치원에 온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유치원 원장의 개인 비위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경기도교육청 감사에 의해 적발된 비위만 13가지 달한다.

A원장의 비위에 대해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은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A원장의 평소 행실은 어땠을까. 환희유치원 주변은 많은 원룸과 레지던스, 상가가 형성된 곳이었다.

환희유치원 근처에서 어린이 도서 관련 서점을 운영하는 C씨(남)는 "개인적으로 아는 부분이 없어 평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이번 비리 역시 내부적인 문제라 미리 알 수는 없었다"면서도 "그래도 뒷말이 나오긴 했다"고 운을 뗐다.

"정말 환희유치원 원장과는 얼굴 붉힐 일이 많았죠. 하원 시간이 되면 환희유치원 주변에 노란 버스들이 도로를 점령해요. 그럼 이 주변은 도로가 아니라 주차장이 돼요. 그래서 매일 민원이 들어가고 경찰 출동하고, 그게 매일 있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바로 유치원 뒤편에 있는 시유지 공터에 대한 A원장의 '방해'였다.

유치원 옆에 놀이터가 하나 있고 그 뒤로 공터가 있다.

그 지역에는 유치원도, 어린이집도, 놀이터도, 공터도 있지만, 경로당이 없다.

경로당이 없다 보니 노년층이 쉴 공간이 없었다.

이에 건의가 들어갔고, 시에서 유치원 뒤편 시유지를 활용해 경로당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A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청원서에 서명을 받아 무산시켰다.

이런 내용은 많은 주민이 알고 있었다.

B씨는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같이 지내면 정서적으로도 좋다는데 그걸 왜 반대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경로당 외에도 아이들에 대한 관리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저도 둘째를 여기에 보냈어요. 저도 일을 하다 보니 아이를 돌봐줄 곳이 필요했죠. 그런데, 참 나. 제가 보냈을 때는 몰랐는데 여기에 보냈던 엄마 얘기를 들어보니까 세상에, 먹는 부분이 너무 부실했더라고요. 아이들이 간식을 먹는데 바나나 반쪽을 줬다고 하더라고요. 그 반쪽도 싱싱한거였는지 어쨌는지, 아이들이 먹는 건데 그러면 안 되죠."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굳게 닫혀 있던 유치원 대문이 열린 순간이 있었다.

지난해 환희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졸업해 이번 시위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학부모 D씨(여)는 아이 졸업 앨범을 받으러 왔다.

D씨는 "저도 시위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졸업생은 대상이 아니라고 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졸업 앨범에도 문제가 있었다.

아이들 등원을 신청받을 때면 2000여 부모가 모인다고 할 정도로 환희유치원은 컸다.

그런데 이 졸업 앨범을 8만 원이나 받았다는 게 D씨의 증언이다.

"주변 어린이집에 비해서 조금 비싼 감이 있었다"는 D씨는 "DVD는 15만 원이라고 하길래 우리는 신청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D씨는 "이 졸업 앨범을 만드는 업체가 폐업 신고를 한 업체였다는 보도도 봤다"면서 "전혀 몰랐다.솔직히 조금 비싼 편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이에 대한 추억이자 사랑이라고 생각해 DVD를 빼고 앨범만 신청해 받았다"고 토로했다.

동네 주민의 말처럼 A원장의 비위는 "터질 게 터진 것"이 맞다.

A원장은 현행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A원장은 환희유치원 원장에서 이미 파면된 상태였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A원장이 여전히 환희유치원의 원장으로 알고 있었다.

가 경기도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A원장은 이미 지난 2017년 7월 파면 처리됐다.

그런데도 A원장은 어떻게 환희유치원을 자기 마음대로 운영했을까. A원장이 환희유치원의 설립자이기 때문이다.

유아교육법 제22조제1항(교원의 자격) 원장의 자격 기준은 '1. 유치원의 원감자격증을 가지고 3년 이상의 교육경력과 소정의 재교육을 받은 자 2. 학식·덕망이 높은 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한다고 교육부장관의 인정을 받은 자'로 규정하고 있다.

유치원 설립자는 이 기준에 맞으면 원장으로 채용할 수 있다.

즉, 설립자인 A원장이 유치원을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원장이 파면된 후에도 교육부 등에 환희유치원의 평가가 왜 그렇게 좋게 남아있느냐'고 묻자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환희유치원은 지난해 7월 A원장 파면 직후 교육부에 '원장 공석'이라고 보고했다"면서 "A원장처럼 계속해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경우는 제보자가 있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실정이다.원칙대로라면 설립자는 다른 원장을 구했어야 한다.하지만 A원장의 경우는 자신이 '총괄부장' 역할을 하며 사실상 유치원을 운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현행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A원장의 경우과 같은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환희유치원처럼 설립자가 원장인 경우 제도적으로 처벌할 조항이 없다.현행 법률에 한계가 있다"면서 "사립학교법이 지난 노무현 정부 때 개정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만약 A원장과 같은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사학법과 유아교육법을 정말로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감사를 벌인 결과 전국 1878곳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 적발 결과를 공개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환희유치원에 대한 '2016년 사립유치원 특정감사' 결과 A원장에 대한 파면과 6억8130만 원을 보전 조치 처분했다.

당시 감사에서 환희유치원은 유치원 세입예산 관리와 결산서 작성 부적정 2014~2015학년도 수업료 징수 관리 부적정 공사대금 원장에게 입금 후 유치원 회계 미반납 및 허위 지출 유치원 회계에서 교사 개인의 대여상환금 지출 통학차량 계약관리 부적정 등 유치원연합회비 등 지급 폐업자와 거래 및 세금계산서 사후 발급 등 이중지출 및 사적사용 등 예산 집행 부적정 촉·조의금 지급 명목으로 원장 개인 계좌로 입금 보일러 구입비 등 유치원 운영비 집행 시 일반 과세자로부터 세금계산서 미발급 연수비 명목으로 원장 아들 대학교 입학금 지급 등 원장 개인소유의 차량할부금, 보험료 및 자동차세 납부 등 농장 체험학습장 계약 체결 및 집행 부적정 등 총 13개 사항을 위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