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 중 하나로 지난해 국정감사(국감)에서 거론됐던 '단말기 완전자급제'(완전자급제)가 올해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은 스마트폰이 연이어 출시되며 소비자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태도는 조심스럽다.

기존 유통 업계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다.

완전자급제 외 뚜렷하게 제안할 통신비 인하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또 한 번 주요 논의 대상이 된 완전자급제가 이번에는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점점 비싸지는 스마트폰 탓에 소비자 부담 지속 확대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플래그십 단말기 출고가 현황' 자료를 지난 14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이후 이동통신 3사가 판매한 스마트폰 플래그십 모델 67개 가운데 34개의 출고가가 100만 원을 뛰어넘었다.

특히 국내에서 애플의 신규 '아이폰'이 비싼 가격에 책정됐다.

지난해 말 출시된 '아이폰X'의 경우 사상 최고인 155만 원에 출시됐고, 다음 달쯤 출시 예정인 '아이폰XS맥스'는 출고가가 200만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신 단말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의 출고가(128GB)는 '갤럭시노트9'이 109만4500원, 'V40 씽큐'가 104만9400원 등이다.

SK텔레콤이 제출한 가격대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판매된 스마트폰 플래그십 모델 가운데 100만 원 이상 모델의 비중은 39.9%다.

이는 지난해 1분기(13.5%)와 비교하면 3배에 이른다.

반면 80만 원대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 26.3%에서 같은 해 4분기 1.8%로 줄어들었다.

80만 원대 스마트폰을 구매하던 소비자가 100만 원대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처럼 단말기 가격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사용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던 소비자의 부담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올해 신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으며 통신비 인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 건 '높은 단말기 가격'으로 인해 가격 인하를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감에서 완전자급제 논의가 재점화되는 이유도 이러한 문제 때문이다.◆ 필요성 커지는 완전자급제…"제조사 간 가격 경쟁 유도"완전자급제는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판매를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이다.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판매를 주도하는 지금과 달리 통신 서비스 제공만 맡도록 해 스마트폰 유통 영향력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동통신사가 아닌 제조사가 직접 판매에 나서게 되면서 경쟁이 발생해 단말기 가격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완전자급제는 '스마트폰 유통 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달고 있다.

완전자급제는 올해 불쑥 튀어나온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계통신비 인하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커지자 지난해부터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과방위 국감에서도 뜨겁게 논의됐다.

하지만 그동안 제조사가 스스로 '자급제폰'을 내놓고 이를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방식으로만 진행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부터 최신 스마트폰을 자급제 채널을 통해 판매하며 관련 시장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단말기 가격이 치솟자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10일 열린 과방위 국감에서도 완전자급제가 재차 논의됐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조사의 경쟁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도 국내 통신 요금이 점점 내려가고 있는 추세인 반면 단말기 가격이 계속 비싸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완전자급제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박광온 의원 역시 "선택약정률 상향 등 통신비 인하 정책이 이동통신사에게만 집중됐다"며 "완전자급제 등 단말기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함께 병행될 때 국민이 통신비 절감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들도 완전자급제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완전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국감에서는 황창규 KT 회장이 "완전자급제의 취지를 보면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긍정적 부분에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완전자급제와 관련해 확실한 정책을 내놓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과방위 국감에서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질의에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시장이 건강하게 가격 경쟁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며 "과기정통부 내에서 완전자급제 관련 의견을 명확하게 정리해 확실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전자급제 시장 연착륙 가능할까…"제조사 입장 중요"이러한 여러 이해 관계자 및 관련 기관·사업자의 '찬성' 입장에도 불구하고 완전자급제 도입에 탄력이 붙지 않는 이유는 통신 유통 업계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유통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완전자급제를 실시한 뒤 일어나게 될 여러 우려스러운 부분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은 "약 6만6000여 곳의 유통점이 있고 직원 수는 6만 명에서 8만 명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유통점이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영민 장관도 "완전자급제가 추구하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통신 유통 종사자 일자리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들도 표면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였지만 사실 '신중론'에 가깝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게 완전자급제"라며 "유통 종사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탄탄한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이 부분을 넘어야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완전자급제 논의가 재점화되자 통신 유통점들은 반발하고 나선 상태다.

이들은 완전자급제를 도입해도 단말기 가격 인하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실효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유통 상인들이 생계를 잃을 것"이라며 "또 제조사가 전 세계 시장의 3%도 되지 않는 국내 시장을 위해 단말기 가격을 낮추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완전자급제가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도입 논의 자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중요하다.

특히 시장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의 입장이 완전자급제 논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앞서 열린 과방위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오는 26일 열리는 종합감사에서는 완전자급제에 대한 두 회사의 입장을 들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문제가 얽혀있는 완전자급제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가장 먼저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며 "완전자급제 연착륙 여부는 사실상 제조사가 그 키를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