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금융범죄 전년比 54% ↑ / 경찰 “보이스피싱범 추적 애먹어” / 얼굴 가리면 현금인출 원천 차단 / 금감원, 3년 전 추진했다 백지화 / “범죄 예방” vs “비용比 효과 미미”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자들이 모자나 마스크,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돈을 찾아 달아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얼굴을 가린 이용자의 현금 인출을 막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범행을 막을 수 있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팔짱만 낀 상태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는 올해 상반기에만 1만6338건이 발생했고 피해금액은 179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4%, 71% 급증한 수치다.

수사당국은 얼굴을 숨기고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사례가 대다수라고 지적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복면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범죄수익을 현금화하기에 편리한 구조"라며 "복면인출은 범인 추적에 애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 중구에서 50대 카드결제 사기꾼이 3억원을, 지난 7월엔 충남 천안 등에서 30대 조직폭력배가 34억원을 복면을 쓰고 빼갔다.

금융당국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복면인출 차단을 위한 ATM 개조를 추진했다가 이듬해 백지화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범죄자들이 위장을 하는 비율이 10%이내고 지문·홍채인식 등 본인 확인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시스템 개선 비용에 비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ATM 인출 과정에서 지문·홍채인식 등 생체인식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ATM에 관련 기능이 없는 경우도 태반이다.

생체인식 ATM의 경우 A은행은 전체 ATM 6857대 중 46대(0.6%), B은행은 5730대 중 48대(0.8%)에 불과하다.

C은행은 생체인식이 가능한 ATM이 1대도 없다.

전문가들은 범죄수익을 현금화하기 어렵게 만들면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고 지적한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신분을 숨긴 채 현금을 인출할 수 없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범죄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범죄 예방은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선량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안전사고 예방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